경찰이 올해 조직 개편으로 신설된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초대 본부장으로 5명의 외부 지원자를 모두 거르고 현직 경찰을 최종 추천자로 선발했다.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넘겨받으면서,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수사 기능을 독립시키겠다는 당초 국수본 설립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경찰청은 국수본부장 최종 추천자로 남구준 경남경찰청장(치안감)을 선발했다고 밝혔다. 경남 진주 출신인 남 청장은 경찰대 5기로 김창룡 경찰청장보다 한 기수 아래다. 경남 합천 출신인 김 청장과 같은 PK(부산ㆍ경남) 출신 이다. 남 후보자는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경남 창원중부서장을 거쳐 2018년 8월부터 1년간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에서 파견 근무를 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대부분 경력을 수사 관련 부서에서 근무한 대표적 수사통”이라고 설명했다.
국수본부장 추천자는 행정안전부 장관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 추천 과정에서 이미 관계 기관과 조율을 거쳐 이번주 내로 인선이 마무리 될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내부 인사를 최종 추천한 이유에 대해 “폭넓게 대상자를 검토하다 보니 내부에서 좀 더 적임자를 발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수사권을 넘겨받은 경찰을 향해 ‘권력 비대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경찰은 그간 국수본의 독립성을 강조해왔다. 경찰은 지난달 1일 새해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국가수사본부장이 주요 수사를, 경찰청장이 정보·보안·외사 등 사무를, 시도자치경찰위는 성폭력·학교폭력 등 지역 수사를 담당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찰청법 개정에 따라 청장은 원칙적으로 개별 수사를 지휘할 수 없게됐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도 국수본부장은 경찰청장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외부 인사가 발탁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지난 1일 공개 모집한 국수본부장 외부 공모에는 이정렬 전 판사, 이세민 전 경찰청 수사기획관, 이창환 변호사, 백승호 전 경찰대학장, 김지영 변호사 등 5명이 지원했다.
그러나 경찰이 최종 후보를 내부에서 찾으면서 ‘국수본 독립’에 대한 의문 부호가 남게 됐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국수본을 경찰청과 완전 분리하지 않고 직제상 경찰청장 휘하에 둔 것으로 모자라서, 국수본부장 까지 경찰 계급 체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직 인사를 발탁했다는 것만으로도 독립성은 물건너 간 것”이라며 “현직에 있는 후배를 국수본 수장으로 앉혔다는 것은 경찰청장이 국수본에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다분히 의도적인 인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