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A(23)씨는 남자 친구와 결혼 후 자녀 계획 이야기만 나오면 다툰다. 아이 낳을 생각이 없는데, 남자 친구는 자꾸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 그녀는 “출산 고통이나 산후 후유증도 겁나지만 더 걱정은 산후 경력 단절”이라고 말했다.
이런 생각을 가진 20~30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현재 자녀가 없는 20~30대 4715명을 대상으로 자녀 출산 계획과 직업 경력 전망 등을 조사한 결과, ‘일생 동안 자녀 계획이 없다'고 답하는 이른바 ‘무자녀 전망층’이 52.8%(2490명)에 달했다. 이 비율은 여성(57.8%)이 남성(48.5%)보다 더 높았다. ‘자녀 계획이 있고, 출산 후 전일제로 법정 근로 시간에 맞춰 일하고 싶다’(17.7%), ‘자녀 계획이 있고, 출산 후엔 전일제로 일하되 출산휴가·육아휴직 등을 하고 싶다’(17.4%) 순서였다. 자녀 출산 전제 조건으로 여성들은 ‘파트너의 적극적 양육 참여나 공평한 가사 분담’을 많이 꼽았고, 남성들은 ‘경제적 준비’ ‘안정적인 일이나 집’처럼 경제적 요인을 많이 꼽았다.
연구진은 “무자녀 전망층이 절반에 달할 정도로 자녀 양육에 부정적인 청년들 인식을 바꾸려면 지금 같은 단순한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출산으로 인해 경력 단절이 되지 않고, 자녀 돌봄이 긍정적 경험이 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사회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자리랑 주거가 안정되면 결혼도 하고 저출산도 해결된다’는 식의 단순한 발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