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고기남자'가 영상에서 자막으로 '허버허버'라는 자막을 사용한 모습(왼쪽). 남성 구독자들이 이를 남성 혐오 표현이라며 항의하자, 해당 유튜버는 사과글을 올렸다(오른쪽). /인터넷 캡처

“허버허버라는 단어의 유래를 모르고 자막에 넣은 점 죄송합니다.”

지난달 13일 구독자 99만명의 요리 유튜버 ‘고기남자’가 사과글을 올렸다. 최근 음식을 먹는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올렸는데, 자막으로 의성어인 ‘허버허버’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남성 네티즌들이 ‘남성 혐오’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허버허버’는 ‘뜨거운 음식을 입안에 빠르게 욱여넣는 소리’를 의미하는 인터넷 신조어다. 일부 남성들은 이 단어가 주로 남성 비하에 사용된다는 이유로 남성 혐오 표현으로 본다. ‘허버허버 논란’ 보름 만에 이 유튜버는 구독자 15만명을 잃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 카카오도 ‘허버허버’란 표현이 쓰인 카카오톡 이모티콘 3종의 판매를 전격 중단하고,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냈다. 역시 남성 이용자들의 격렬한 항의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성(性)차별 문제는 여성이 주로 제기해왔지만, 최근에는 2030 남성이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부쩍 잦아지고 있다. 과거 ‘김치녀’ ‘된장녀’ 같은 표현에 여성들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면, 요즘 남성들은 ‘한남충(한국 남자+벌레)’ ‘허버허버’와 같은 표현에 분노한다.

개그우먼 박나래가 지난달 23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남자 인형의 신체를 잡아당겨 성기 모양을 만들고, “주무를수록 커진다, 만질수록 딱딱해진다” 등의 발언을 하다 프로그램에서 하차되고 자필 사과문까지 낸 것 역시 남성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 때문이었다. 당시 방송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남자 연예인이었으면 은퇴했을 만한 발언” “불공평하다” 등의 비판이 폭주했다. 결국 해당 프로그램은 폐지됐다. 지난달 20일 방송인 김민아도 한 유튜브 채널에서, 영화 속 주인공이 남성의 주요 부위를 이용해 폭탄주를 제조하는 장면을 따라 했다가 성희롱 논란을 빚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들이 성차별 구조 개선을 위해 공세적으로 행동해오면서, 젊은 남성들은 ‘남성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에 억울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반발로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도 (남성 혐오를) 비판하는 경향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반면 여성학자인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부와 명예를 지닌 일부 여성 연예인의 성희롱 문제는 지적될 수 있겠지만, 전체 사회적 맥락을 봤을 때 일반적인 여성이 위계적으로 남성을 혐오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