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18년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자신을 도운 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 등 5명을 부당하게 특별 채용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당시 서울시 교육청 부교육감과 국장, 과장 등이 반대하자 이들을 배제하고, 측근을 통해 특채를 밀어붙인 사실도 드러났다. 이 5명은 2019년 1월 서울 시내 중·고교 교사로 임용됐다.
감사원은 23일 국가공무원법 44조 등 위반 혐의로 조 교육감을 경찰에 고발하고, 관련 수사 참고 자료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넘겼다고 밝혔다. 전교조 교사 등 특정인 5명을 내정한 상태에서 형식적으로 채용 절차를 진행, 다른 응시자들이 임용될 권리를 침해했다는 취지다. 국가공무원법 44조는 ‘시험, 임용에 관해 고의로 방해하거나 부당한 영향을 주는 행위’에 대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당시 채용된 5명 중 4명은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친(親)전교조 후보에게 선거 자금을 주고 조직적 선거 운동을 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받고 퇴직했고, 다른 1명은 2002년 대선에서 특정 후보에게 부정적인 인터넷 댓글을 달아 선거법 위반으로 퇴직한 바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조 교육감은 선거를 앞둔 2018년 4월 전교조 서울지부로부터 “해직 교사 5명을 채용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재선된 직후인 7월 채용 담당 부서에 “특별 채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교육청 담당자와 국·과장, 부교육감 모두 “법에 어긋난다” “직권남용으로 수사받을 수 있다”고 반대하자, 이들을 배제하고 특별 채용안을 단독 결재했다. 이후 채용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전교조 간부 출신 A비서실장에게 실무를 맡겼고, A실장은 담당 부서 국·과장이 심사위원을 정하도록 돼 있는 기존 절차를 무시하고 자신과 친분 있는 인사들을 포함한 특별채용 심사위원회를 꾸리는 등 특별 채용을 관철시켰다. 이날 조 교육감은 입장문을 내고 “교육감 권한 범위 내에서 법령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추진했다”고 해명했다.
조희연, 심사위원 변칙구성… 지원 17명 중 내정된 5명이 1~5등 차지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보고서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특정인을 공립학교 교사로 채용하기 위해 부당한 권한을 휘두른 전말이 낱낱이 드러나 있다. 교육계 일부에서는 “교육감 선거 재선에 도움을 준 세력에 보은(報恩)하기 위해 불법을 저지른 사건”이라는 반응이다.
◇국·과장 반대에도 단독 결재
조 교육감이 2018년 특별채용한 교사는 5명. 이 중 4명이 전교조 출신이다. 이들은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불법 선거운동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해직됐다. 다른 1명은 전교조는 아니지만, 역시 2002년 대통령선거 후보를 인터넷에서 비방한 혐의로 집행유예형을 받고 퇴직했다.
공립학교 교사가 되려면 경쟁률이 수십 대 일에 달하는 임용고시를 통과해야 한다. 다만 교육감에게 관련 근무 경력 3년 이상인 퇴직자 등을 특별채용(특채)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특채라 해도 경쟁을 통한 공개 전형을 거쳐야 하는데 조 교육감은 사실상 이 5명을 합격자로 내정하고 전방위적으로 불법을 저질렀다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조 교육감은 교육감 재선 직후인 2018년 7월 중등교원 채용 담당 부서에 “해직 교사 5명 특채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 중 2명은 조 교육감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는 등 선거를 직접 지원한 인물이다. ‘보은 채용’이란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교육청은 ‘특별채용 공고’를 내면서 지원 자격을 ‘교육 양극화 해소, 특권 교육 폐지 등 공적 가치 실현에 기여한 퇴직자’로 못 박았다. 담당 국·과장과 부교육감이 “실정법 위반으로 퇴직된 교사들”이라면서 “선거운동을 지원한 사람들을 특채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을 여러 번 내자, 조 교육감은 이들을 배제하고 “모든 책임을 다 지겠다”면서 단독으로 결재하고 특채를 추진했다.
◇해직 교사 지인을 심사위원 선정
이후 조 교육감은 전교조 출신인 교육감 비서실 A실장에게 특채 과정을 맡겼다. A실장은 이들을 특채해야 한다고 이전부터 건의했던 인물이다. 그다음은 심사위원단 구성에 관여했다. 교사 특채는 최종적으로 외부 심사위원 5명이 결정한다. A실장은 담당 국·과장이 후보를 선정하던 관례를 깨고 직접 심사위원을 뽑았다. 자신은 물론 해직 교사들과도 평소 알고 지내던 변호사·교수 등이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에게 “교육감이 해직 교사 5명을 채용하기 위해 이번 특별채용을 실시하게 됐다”는 사실까지 알렸다. 감사원은 이를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봤다.
심사위원들은 지원자 17명 중 이 5명에게 1~5등에 해당하는 점수를 줬다. 결국 해직 교사 5명은 2019년 1월 1일 자로 서울 시내 공립 중·고교에 자리를 잡았다. 시점도 절묘했다. 그해 1월 6일부터는 ‘퇴직한 지 3년 넘은 교사는 특별채용할 수 없다’는 개정 교육공무원 임용령이 적용됐는데, 이들은 5일 차이로 구제된 셈이다. 조 교육감이 “임용령 적용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특채를 매듭지어야겠다”고 말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조희연 “잘못 없어…소명할 것”
이날 조 교육감은 입장문을 내고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반박했다. 조 교육감은 “교육공무원 특채 제도는 시기, 공모 조건 설정, 최종 인원 결정 등 교육감에게 재량권이 있다”며 “교육감의 권한 범위 내에서 법령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직 교사를 특정해 특채를 지시한 적이 없고, 특채 심사위원회 구성·운영도 부적절하게 운영한 사실이 없다”며 “즉각 재심의를 신청해 무혐의를 소명할 것”이라고 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도 성명서를 내고 “전교조에 대한 명예훼손과 흠집 내기”라며 “전교조 해직 교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특채에서 탈락한다면 그거야말로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총 담당자는 “직선제 교육감의 전교조 보은 인사, 과도한 인사 남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면서 “시대적 요구인 공정의 가치를 교육 수장이 무너뜨렸는데 교육감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