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해양경찰, 소방 등 사회필수인력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오후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에서 광진경찰서 경찰관들이 백신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6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시작한 경찰이 ‘4월 말까지 300만명 접종을 달성하겠다’는 정부 목표에 맞추기 위해, 일선 경찰관들에게 무리하게 접종을 강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백신 접종은 강제가 아닌 본인 동의에 따른다”고 했지만, 26일 지휘부 화상 회의에서 접종률이 낮은 시·도 경찰청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김 청장은 26일 오후 5시 백신 접종 상황 파악을 위한 전국 경찰청장 대상 지휘부 화상회의를 가졌다. 당시 김 청장은 각 경찰청의 백신 접종률을 보고받고, 접종률이 낮은 인천, 경기북부청장 등을 지목하며 “왜 접종률이 이렇게 낮아요” “말씀해보세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며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청장은 회의에서 ‘본청 국장들이 접종률 낮은 시·도청을 감독하라’ ‘접종률이 낮은 곳은 현장 방문해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일선 경찰청, 경찰서에는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내용의 공문이 일제히 하달됐다. 경찰청 수사인권담당관실은 각 시·도 경찰청 수사1계장에게 내린 공문에서, “(경찰서) 유치장 근무자의 접종 동의율(67%)이 법무부 교정시설 동의율 90%, 의료기관 종사자 동의율 99% 대비 현저히 낮다”며 “최소 80% 이상 동의율에 도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독려가 필요”하다고 지시했다. 이어 “하반기 인사 시 백신 접종 여부에 따른 인력 배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같은 인사 방침에 대해 ‘유치장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사실상 미접종자를 인사로 보복하겠다는 협박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곳곳에서 접종 압박도 벌어지고 있다. 대구경찰청 소속 한 경찰관은 “지휘관이 26일 전 부서 직원을 모아두고 미접종자를 한 명씩 지목하면서 ‘사유를 밝히라’고 하고, 기저 질환이 있다는 사람에게는 ‘어떤 질환인지 병명을 밝히라’고까지 요구했다”고 말했다. 접종에 동의하지 않으면, 진술서 형식의 소명서를 제출하라는 요구도 있었다고 한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전화로 접종을 강권하고, 중대한 기저 질환이 있는게 아니면 ‘거부 사유 불인정’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찰이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는 노력을 ‘백신 강제’로 받아들이는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며 “더 많은 사람에게 백신 접종 기회를 주는 차원으로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