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최모(27)씨는 보증금 300만원, 월세 30만원을 내고 서울 송파구 6평짜리 옥탑방에 산다. 그는 지난 3월 ‘서울시 청년월세 지원’에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청년월세는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19~39세) 1인 가구에 최장 10개월간 매월 최대 20만원씩, 총 200만원까지 지원하는 정책이다. 주택을 소유하거나 재산 총액이 1억원을 넘는 등 경우엔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최씨가 탈락한 것은 월급이 지원 기준인 ‘중위소득 120% 이하’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청년월세 지원 기준인 중위소득의 120%는 219만원(세전)인데, 최씨 월급이 이보다 많았던 것이다. 중위소득이란 전국 모든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으로, 현재 182만원이다. 지난해 서울 청년 1인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71만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후보 시절인 지난 3월 31일 오후 서울 동작구 총신대입구역 앞에서 함께 지원유세를 벌인 청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최씨처럼 옥탑방이나 반지하에 살지만 열심히 일해 돈을 번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청년들도 서울시가 지원하는 월세를 받게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오는 7월부터 청년월세 지원 기준을 현행 중위소득 120%에서 150%(274만원)로 완화하고, 지원 대상자도 연간 5000명에서 5만명으로 10배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하는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이미 지난 3월 5000명을 선정했고, 향후 4만5000명을 추가 모집한다.

현재 서울의 청년 1인 가구 중 지원 대상자는 약 25만명으로 추정된다. 주거 안정을 돕고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오세훈 시장의 청년공약 중 구체적 계획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시 관계자는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서 돈을 벌었다는 이유로 월세 지원에서 탈락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해와 올해 서울 청년 6만7922명이 청년월세를 신청했지만, 이 중 5만여명이 ’120%의 벽'에 가로막혀 탈락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1일 오후 마포구 서울창업허브를 방문, 스케일업 도시 서울을 위한 청년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년월세는 박원순 전 시장이 지난 2019년 5000명 규모로 첫 추진했다. 당시 보수진영에선 “포퓰리즘” “현금성 복지” 등 비판이 나왔으나, 이번에 오 시장이 5만명 확대안을 들고 나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청년 주거가 무너진다는 위기감이 워낙 크다는 게 오 시장 생각이다.

서울시 계획대로라면 산술적으로 올해 하반기 추경 예산에 450억원이 필요하고, 이 예산안이 다음 달 서울시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또 매년 1000억원 안팎의 본예산이 필요하다. 시의회 전체 110명 중 10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시 관계자는 “내부 예산 검토를 거쳐 시의회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