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새 60명이 암으로 숨졌습니다. 어떻게 연관성이 없다고 말할 수 있죠?”

소각장이 3곳이나 몰려 있는 충북 청주시 북이면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충북 청주시 북이면 소각시설 업체 모습. /신정훈 기자

◇한 집 건너 암 환자…이 마을에서 무슨 일이

충북 청주시 외곽에 있는 북이면에는 지난 1999년부터 2006년까지 마을 반경 2㎞ 안에 민간소각장이 하나 둘 들어서 현재 모두 3개의 소각장이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생긴 소각장들은 20년 사이에 신·증설이 진행돼 1999년 15t이던 하루 총 소각량이 2017년 543.8t으로 36배나 늘었다.

그런데 이 마을 주민들은 최근 10년간 60명이 암으로 숨지고 현재도 40명 이상의 주민이 호흡기나 기관지 질환을 앓는다며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주민은 “종종 코를 찌르는 고약한 냄새가 나는데 소각장에서 나는 냄새 같다”며 “한 집 건너 한집 꼴로 암이나 백혈병, 호흡기 질환을 앓는 주민이 많은데 소각장 영향인 것 같다” 말했다.

참다못한 이 지역 주민 1532명은 결국 지난 2019년 4월 22일 소각시설과 암 발생과의 역학관계를 밝혀달라며 환경부에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했다.

환경부는 주민 대표, 지자체 추천 전문가, 청주시 공무원 등 13명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조사협의회를 구성했다. 이어 2019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충북대 의과대학과 ㈜한국유로핀즈분석서비스가 각각 건강영향조사와 유해물질 분석을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달 13일 청주시 북이면 행정복지센터에서 ‘북이면 소각시설 주변 지역 주민 건강영향조사’ 주민 설명회를 열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충북 청주시 북이면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 /독자 제공

◇환경부 “조사했지만… 암 발병과 관계입증 어려워”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조사 결과 대기와 토양에서 측정된 다이옥신, 카드뮴 등 유해물질 농도가 다른 지역보다 유의미하게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해물질 배출원 조사 결과 다이옥신과 벤조(a)피렌 농도는 배출허용기준보다 낮은 수준(0.15~9.3%)으로 확인됐다.

암 발생률(1999∼2017년) 분석에서도 이와 관련한 암 발생률 증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소각시설과 관련성이 높다고 알려진 비호지킨 림프종 등 혈액암, 폐암 발생 증가는 유의성도 확인하지 못했다.

반면, 기준치를 웃도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주민들의 혈액 중 다이옥신 농도는 서울 지역 주민보다 39.5%가량 낮았지만, 카드뮴 농도, 다환방향족 탄화수소류(PAHs) 대사체, 유전자 손상지표 등이 높게 나타났다.

소변 속 카드뮴 농도도 우리나라 성인 평균의 최대 5.7배 수준이었고, PAHs 대사체 2-나프톨 농도와 유전자 손상지표는 대조군보다 각각 1.8배, 1.2배 높았다. 특히 카드뮴 농도와 유전자 손상지표는 소각시설과 거리가 가까운 주민일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환경부는 카드뮴이 소각장 배출구에서 검출되지 않았고 토양에서도 카드뮴 농도가 낮게 검출됐음을 고려하면 특정 영향 인자에 의한 것이라 결론짓기에는 과학적인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암 잠복기(혈액암 5년·고형암 10년)를 고려한 동일집단(코호트) 연구 결과 충북 보은·음성군 등 지역보다 남성에게서 담낭암 발생률이 2.63배, 여성에게서 신장암 발생률이 2.79배 높았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 같은 결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소각시설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과 주민들의 암 발생 간 역학적 관련성을 명확하게 입증할 만한 과학적인 근거가 제한적이다”라고 결론 내렸다. 소각시설과 관련성이 높은 암종 증가와 소각량 증가에 따른 암 발생률 증가 간 관계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2007년 이후 소각량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고형암 잠복기(10년)를 고려할 때 시간적 제약과 과거의 자료가 충분치 않았다”며 “2017년 이후 암 발생률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가 필요하고, 일부 수치가 기준치보다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이 지역에 대한 환경·건강 조사를 위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환경단체와 북이면 주민들은 2일 환경부에 앞에서 재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세먼지해결을위한충북시민대책위원회

◇환경단체·북이면 주민들 “재조사하라”

이같은 환경부 발표에 주민들은 “환경부가 업체들에 면죄부를 준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며 “지역주민들은 환경부의 발표를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4일 북이면 주민협의체는 곧장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환경부의 발표에 유감을 표시하며 “피해를 입은 시간은 20년인데 10억의 예산과 1년의 건강조사로는 많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각 오염물질로 알려진 다환방향족탄화수소와 크롬 등이 월등히 높게 나왔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2일에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충북시민대책위와 청주시 북이면 주민들은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환경부가 발표한 북이면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건강영향조사 결과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북이면에선 최근 10년 사이 60명이 암으로 숨졌음에도 환경부는 소각장과 주민 암 발생과 연관성이 없다고 발표했다”며 “다이옥신, 카드뮴이 대조 지역보다 높게 측정되는 등 여러 가지 의혹이 있음에도 환경부는 소각업체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정치적 판단 아래 서둘러 조사를 마무리했다”고 지적했다.

또 “2017년 진주산업(현 클렌코)이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을 배출허용 기준보다 5배 이상 배출한 것이 적발됐다”며 “조사과정에서는 설비용량 불법 증설과 과다소각 등 여러 문제점도 발견됐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20년에 걸쳐 주민들은 조금씩 죽어가고 있다. 20년에 걸쳐 축적된 피해를 조사관 13명이 1년 3개월이란 짧은 시간에 조사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전문가 그룹의 자문을 거친 재조사를 시행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