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에 사는 조은지(25)씨는 지난 3월 파인애플, 블루베리를 이용한 담금주를 만들었다. 1.8L짜리 유리병을 뜨거운 물로 소독하고, 두 과일과 설탕을 층층이 쌓은 뒤 소주를 붓고 밀봉했다. 담근 지 한 달 지나 과일을 꺼냈고, 100일간 더 숙성시켜 마실 예정이다. 조씨는 “시중에는 팔지 않는, 좋아하는 과일들의 향이 나는 술이라 마음에 든다”며 “담근 술은 남자 친구와 함께 먹을 예정”이라고 했다.

기성세대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담금주가 젊은 MZ(밀레니얼·Z)세대에게서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 이들이 만드는 담금주는 부모 세대의 그것과는 다르다. 과거엔 매실, 인삼 등이 주된 재료였지만 이들은 딸기와 바질, 사과와 시나몬, 장미, 커피 등 독특하고 이색적인 재료로 ‘나만의 술’을 빚는다.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담금주’란 검색어로 올라온 게시물만 4만9500여 건이다.

경남 창원시에 거주하는 김민경(30)씨는 지난달 회사 동료로부터 ‘막걸리 셀프 키트’를 선물받았다. 안에는 막걸리 분말 가루와 1L짜리 페트병이 들어 있었다. 페트병에 막걸리 가루를 넣고 섭씨 24도 정도의 물을 부어 잘 섞은 뒤, 24시간이 지나면 알코올 도수 7도 정도의 막걸리가 만들어진다. 김씨는 “막걸리를 만들고 사흘째 되던 날 살짝 맛을 봤더니 일반 막걸리보다 더 향긋한 맛이 나더라”며 “선물을 준 동료와 함께 날을 잡아, 수제 막걸리를 파전과 함께 먹었는데 색다른 기분이었다”고 했다.

MZ세대를 겨냥해 ‘담금주’나 ‘담금주 키트’를 판매하는 업체는 현재 70곳쯤 된다. 담금주 업체 ‘묘약’을 운영하는 김경준 대표는 “지난달 매출이 작년에 비해 1.5배쯤 늘었다”며 “구매자의 80%가 선물용으로 사는 것이 특징이고, 맛보다는 감성적인 측면을 많이 고려하는 것 같다”고 했다. ‘풀문’의 문예준 대표는 “외부 약속이 많이 취소되다 보니 젊은 청년들이 집에서 담금주를 만드는 문화가 활성화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소규모로 함께 모여 술을 담그는 ‘담금주 클래스(수업)’도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수업을 운영하는 ‘오감케이크’ 조한희 대표는 “수강료가 7만5000원인데, 이번 달까지 벌써 예약이 꽉 찬 상태”라고 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이들의 술 담그기는 남들이 먹는 것과 다른 ‘나만의 맛’, 기성품이 아닌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성향과 맞닿아 있는 문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