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동구 학동에서 철거작업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면서 지나던 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김영근 기자

재개발구역 철거 건물 붕괴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16일 오전 재개발 사업 시공업체인 ㈜현대산업개발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건설본부 사무실 등에 수사관 십여 명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철거 중이던 건물 붕괴로 17명 사상 피해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의 시공사다.

붕괴 사고가 난 일반건축물 해체는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한솔기업에 공사를 맡겼는데, 한솔 측은 광주 지역 업체인 백솔건설 측에 재하도급 형태로 철거 공사를 맡겼다.

현대산업개발은 철거 공사 과정에서 백솔 측에 먼지 관련 민원을 의식해 과도한 살수를 지시해 무거워진 토사가 붕괴하면서 사고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대 측은 또 사고 직후 “재하도급은 없었다”고 설명했으나, 수사 과정에서 재하도급 사실이 확인되면서 계약 과정의 불법 여부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경찰은 앞서 현대산업개발 현장 관계자 가운데 일부를 업무상 과실 치사상 혐의 등으로 입건했으며, 압수 자료 분석 등을 통해 본사 측 책임이 드러나면 추가 입건자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이번 참사와 관련해 20여명을 불러 조사했으며, 이 가운데 현대산업개발 현장 관계자, 철거업체 관계자, 감리회사 관계자 등 14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 가운데 굴착기 기사(백솔 대표)와 현장 공사 책임자 등 2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오는 17일 오전 11시 광주지법에서 열린다.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업체 선정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입건된 문흥식 전 5·18 구속부상자회장은 지난 13일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