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햄버거를 골랐는데, 왜 자꾸 메뉴를 또 선택하라는 거예요?”
지난달 31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패스트푸드점을 방문한 임진순(75)씨는 무인 주문 기기인 키오스크(kiosk) 앞에 5분 넘게 서 있었다. 뒤에 줄 서 있던 젊은이들은 슬금슬금 다른 기기로 옮겨갔다. 처음은 순조로웠다. 첫 화면에서 햄버거 사진을 보고 ‘ 스페셜 세트’를 터치한 뒤 곧바로 신용카드를 꽂았다. 하지만 화면엔 계속 ‘메뉴를 선택해주세요’라는 안내가 떴다. 햄버거만 고르고 감자튀김 등 부가 메뉴와 소스, 음료를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씨가 계속 주춤거리자 결국 직원이 다가와서 한 차례 도와줬지만, 이후에도 두 번의 도움을 더 받아야 했다. 결국 햄버거 하나 주문하는 데 8분이 걸렸다. 비슷한 시각 매장을 방문한 25세 남성은 1분도 안 돼 주문을 마쳤다. 임씨는 “가격이 싸서 종종 오는데, 뒤에 누가 기다리고 있으면 더 주눅이 들어서 못 하겠다”고 했다.
노인들은 점점 직원을 대체하는 ‘무인 기기’가 또 하나의 공포로 다가온다고 말한다. 식당뿐만 아니라 카페, 병원, 호텔, 주차장 등 곳곳에서 접수·결제를 위한 기기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국내 외식 업체의 키오스크 도입률은 2018년 0.9%에서 2020년 3.1%로, 2년 새 세 배가 됐다. ‘기기를 쓸 줄 모르면 직원한테 말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매장들이 상주(常駐) 직원을 아예 없애거나 혼잡 시간대엔 무인 기기로만 주문할 수 있는 ‘키오스크 타임’을 운영하는 식으로 선택지를 아예 없애는 경우도 있다.
노인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서울시는 시내 생활복지시설 46곳에 키오스크 사용법을 배울 수 있는 ‘키오스크 체험존’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음식 주문, 티켓 발매, 증명서 발급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체험존 위치는 스마트폰, PC로 네이버에 접속해 ‘스마트 서울맵’을 치고, 해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도시 생활지도→키오스크 체험존’을 차례로 눌러 확인할 수 있다. 혹은 서울시 디지털포용팀(02-2133-2941)에 문의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