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서해 최북단 해상(海上)에서 어업지도 활동 중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55)씨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사랑채 앞 분수대 광장에서 “고인과 유가족의 인권을 짓밟은 해양경찰청 책임자를 처벌하고, 임명권자는 즉각 해임하라”고 청와대에 요구했다. 지난해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도 “대통령은 약속했던 진상 규명을 즉각 이행하라”고 외쳤다.
이날 이씨는 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해양경찰청이 지난해 발표한 사건 수사내용 중 고인의 채무 금액, 도박 횟수와 시기 등이 공개된 것에 대해 ‘인격권 침해’로 판단한 것을 두고, 청와대에 진상조사와 함께 관련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씨는 “인권위 판단을 보고 참담함을 느꼈다”며 “헌법 제17조 ‘사생활 비밀과 자유 보장’ 등을 어겨가면서까지 해경이 무엇을 감추려 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 사건의 본질은 대통령이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포기했다는 것”이라며 “보호해야 할 고인과 유가족을 외려 거짓말을 지어내 명예살인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28일 같은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홍희 해양청장과 윤성현 해경 수사정보국장, 서욱 국방부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상소문을 보냈다. 이씨는 “당시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이들이 그대로 남아 동생,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올해 있을 국정감사에 참석해 청와대와 국방부, 해양경찰청 등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은 내가 증언대에 서는 것을 막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국정감사에 참석해 동생에 관한 허위사실을 밝힌 경위를 정부에 직접 묻고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인권위 판단문을 7일과 8일 유엔인권위원회와 주한 미국대사관에 각각 보냈다. 이씨는 “여야를 막론, 차기 대선 후보들에게도 동생 사건과 해경의 만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씨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연락해 만남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하 의원은 “9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만나 함께 목소리 낼 것을 제안할 것”이라며 “해당 사건은 국가 본연의 임무에 관한 이야기로, 대선 후보로서 제1순위 의제로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가족들은 사건이 있고 9개월이 더 지난 지금까지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정부가 계속 책임을 회피하면 청와대 앞에서 동생의 장례식을 치를 것”이라며 “직접 관을 들고 가서라도 청와대의 답변을 묻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