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8시 시작한 만 53~54세 국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예방접종 사전예약이 서버 마비 등으로 먹통 사태를 빚으면서, 온라인에서는 K방역 시스템에 대한 조롱이 쏟아졌다. 수십만명 대기자를 제치고 예약할 수 있는 새치기 비법도 공유되기도 했다.

정부가 53~54세 대상 코로나 백신 접종예약시스템 가동을 약속한 19일 오후 8시, 사이트가 다운됐다. 사이트는 약 2시간만에 운영 재개됐지만, 접속사이트에 들어가는 데에만 3시간가량이 더 걸렸다.

자정을 넘긴 다음날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20일 오전 2시쯤부터는 예약 자체가 막혔다. 어렵사리 접속에 성공한 사람의 화면에 ‘현재 예약대상자가 아니다. 21일 8시 이후에 예약을 진행해달라’는 황당한 메시지가 뜬 것이다. 정부는 당초 53~54세에 대한 예약을 19일 오후 8시부터 20일 오후 6시까지 진행한다고 했는데, 그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소리를 한 것이다.

이런 상황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개그의 소재가 됐다. 네티즌은 하얀 바탕에 미술적 요소 없이 글자들만 떠 있는 예약 사이트 오류 화면을 캡처해 “정부가 레트로(복고) 감성으로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조롱했고, 다른 네티즌은 감자와 빵에 각종 회로와 컴퓨터 부품을 꽂아 넣은 사진을 올리며 ‘정부 백신 예약시스템’이라고 공유했다.

19일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감자와 빵에 각종 회로와 컴퓨터 부품을 꽂아 넣은 사진을 올리며 '정부 백신 예약시스템'이라고 공유했다. 이른바 '감자 서버'라 불리는 해당 사진은 낮은 수준의 서버를 조롱할 때 국내외에서 자주 쓰인다. /온라인 커뮤니티

‘백신예약사이트 대기열 뚫는 법’이라는 제목의 글도 온라인에서 공유됐다. 해당 글은 허술한 시스템의 빈틈을 공략해 최대 십수만명에 달하는 대기열을 우회하는 방법 4가지를 소개했다.

방법 자체는 단순하다. 우선 예상 대기 시간을 알려주는 화면이 나왔을 때, 인터넷 연결을 잠시 끊었다가 다시 접속하면 곧바로 예약 접수 화면으로 넘어간다. 작성자는 “일정 시간 대기열 변화가 없을 때 메인페이지로 넘어가는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방법은 실제 예약할 수 있는 페이지 주소를 클릭하는 방법이다. 백신예약사이트는 대기 페이지에서 대기열이 끝날 경우 실제 예약할 수 있는 페이지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본래 대기열이 끝나야 들어갈 수 있는 페이지가 주소 입력만으로 바로 접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19일 코로나 백신 접종예약시스템 홈페이지에 예상대기시간이 수십시간을 넘어가자 일부 네티즌은 우회 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사진은 우회 방법 중 하나를 설명하는 장면. /온라인 커뮤니티

대기열 프로그램 자체의 허점을 노린 방법도 공유된다. 이용자가 대기열 상태에서 개발자 창을 열고 일정 코드를 입력하면 기다리지 않고 예약할 수 있다. 이는 대량접속제어 솔루션 넷퍼넬(NetFunnel)의 코드를 통한 방법이다. 넷퍼넬의 코드에 성공했다는 신호를 보내 대기열을 통과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한 네티즌은 ’96시간 대기'라는 안내를 본 뒤, ‘비법'을 활용해 5분만에 예약에 성공했음을 인증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한 네티즌은 “정부가 만든 것이라곤 믿을 수 없을만큼 허술하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우회 방법 덕분에 백신 예약에 성공했다”면서도 “이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은 몇 시간이고 기다리다가 결국 실패했을 거 같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IT강국이라서 뚫린 게 아니라 뒷문을 열어놓은 수준” “예상대기시간이 96시간이었는데, 5분만에 뚫려서 허무하기도 하다” “이 정도면 모르고 기다리는 사람이 바보”라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