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출동한 구급차 자료사진. /연합뉴스

한 현직 소방대원이 “제발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119에 신고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자신을 현직 소방대원이라고 소개한 A씨는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하루 동안 있었던 일만 나열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다리가 안 움직인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더니 배수로에 구두가 빠져서 구두 굽이 부러진 상황이었다”며 “그러니 집까지 태워달라고 한다. 다치면 몰라도 안 다친 상황에서 119에 전화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했다. 또 ‘집에 물이 넘친다'는 신고에 출동했더니 샤워기를 제대로 교체하지 못해서 물이 계속 새는 상황이었다고 적었다. 그는 “수도함 차단하고 교체해줬다”며 “철물점에 연락해서 해결해야 할 걸 소방대원이 했다. 모든 대원의 온몸이 젖어도 감사하다는 이야기 한 번을 안 했다”고 전했다.

A씨는 “집에 이상한 소리가 나는 동물이 있다고 신고가 들어왔다”며 “출동해서 확인하면 바퀴벌레다. 바퀴벌레 잡으려고 바퀴약 살포하면서 온 집안을 들쑤셨다”고도 했다.

그는 “신고자 본인들도 상황을 알면서도 염치없이 신고한다”며 “신고접수를 받으면 무조건 출동은 나가야 하니 어쩔 수 없이 해결하고 온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이럴 때 심정지 환자가 생기면 관할서가 아닌 다른 소방서에서 출동해야 한다. 정작 분초를 다투는 환자는 제시간에 응급처치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A씨는 “이러한 일들까지 계속 출동 나가면 막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시간 내에 못 도와드린다”며 “이런 문제들은 직접 해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글을 읽은 네티즌들은 “이게 모두 하루에 일어난 일이라는 게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진짜 응급환자의 경우에는 정부가 비용을 처리하지만 아닐 땐 개인이 출동에 따른 돈을 내도록 해야 한다” 등의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55만8457만 건의 전화 가운데 악성 신고 전화는 5.27%를 차지했다. 악성 신고의 대부분은 거짓 화재 신고나 반복적인 비응급 구급 요청, 신고 전화 중 폭언 등이 해당했다. 그동안 소방본부는 이에 대해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불필요한 출동에 따른 소방력 낭비와 응급상황 시 골든타임 활보를 위해 강력히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비응급 신고자를 효과적으로 제재하기 위해 올해 1월 소방기본법이 개정되기도 했다. 화재 또는 구조·구급이 필요한 상황을 거짓으로 신고하면 그동안 과태료 200만원이 상한이었으나 이제는 50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