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김현지(31)씨는 오는 21일 올리려던 결혼식을 10월로 미뤘다. 지난 6일 정부가 ‘거리 두기 4단계’를 2주 연장한다고 발표하자, 가족 회의를 열어 결혼식 연기를 결정한 것이다. 김씨는 “희망 고문 같지만 단계가 조금이라도 내려갔을 때 식을 올리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며 “공연 같은 다른 모임은 인원 제한이 완화됐다고 하는데 왜 결혼식만 그대로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4단계에선 결혼식에 최대 49명까지만 참석할 수 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기약 없이 길어지면서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신부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거리 두기 연장을 발표한 지난 6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결혼식을 콘서트장에서 하면 괜찮습니까’ ‘종교 시설 99인, 결혼식 49인’과 같은 제목의 비판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이는 같은 4단계에서도 정규 공연 시설에서의 공연은 최대 5000명까지 가능하고, 대면 종교 활동 역시 최대 99명까지 허용되기 때문이다. 교회는 당초 비대면(非對面) 예배만 가능했는데, 종교인들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방역 당국은 종교 시설 수용 인원의 10%, 최대 99명까지 대면 예배 인원을 풀어줬다.

하지만 결혼식 하객 수는 49명으로 유지되자 예비 신랑·신부들이 ‘형평성에 어긋나는 조치’라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공연, 종교 행사와 결혼식의 진행 구조가 유사한데 인원 제한은 제각각인 논리적인 이유를 모르겠다’는 의견도 나온다. 코로나 때문에 결혼식 대신 혼인신고만 한 후 서울 금천구에 신혼살림을 꾸린 김모(35)씨는 “결혼식이나 공연, 종교 활동 모두 소수의 사람이 무대에서 진행하고 나머지 참석자들은 지켜보는 것 아니냐”며 “결혼식의 위험도가 훨씬 높다고 보기 어려운데 가장 엄격하게 인원을 제한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예비 부부들 사이에선 “그럼 결혼식을 교회에서 치르는 경우에는 99인을 불러도 되는 것 아니냐” “신랑⋅신부가 콘서트장을 빌려서 노래를 부르면 5000명도 가능하겠다” 등 불만이 나오고 있다.

방역 당국의 거리 두기 조치에 ‘명확한 논리나 일관성이 없다’는 점도 불만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지난 2월 방역 당국은 수도권 결혼식 참석 가능 인원을 49명에서 99명으로 완화하면서도 돌잔치는 사적 모임으로 보고 ‘최대 4인’ 규정을 유지했다. 그러자 돌잔치전문점총연합회 등 업계가 들고일어났다. 국회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여는 등 반발이 이어지자 정부는 한 달 만에 ‘돌잔치 전문점은 사적 모임에서 예외로 한다’는 조항을 만들었다. 4인이었던 인원 제한은 99인으로 늘었다. 또 ‘상견례를 제한하면 결혼을 어떻게 하느냐’는 예비 부부·상견례 전문 식당들의 불만이 잇따르자, 지난 6일 비수도권의 거리 두기 3단계를 연장하면서 상견례 허용 인원을 당초 4명에서 8인까지로 늘려주기도 했다.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모임의 ‘유형’에 따라서만 참석 인원을 제한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업계의 반발을 의식해 인원 제한을 조정하면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고 이런 식의 거리 두기는 효과 없이 국민 피로도만 더 높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