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일부 여성들이 생리불순과 부정출혈 등 이상 반응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은 생리 이상 반응에 대한 별도의 안내를 하지 않고 있어 여성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여성부정출혈(하혈)을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신고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여성들이 백신 접종 후 생리 주기가 아닌데도 부정출혈이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그런데 백신 부작용으로 신고조차 받아주지 않아 답답한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여성에게는 하혈은 가장 공포스러운 일인데도 병원에 가면 피임약을 처방해주거나 타이레놀을 복용하라는 말만 듣는다”며 “사례 연구를 위해서라도 백신 접종 후 이상 증세로 신고라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청원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생리불순을 호소하는 사례는 실제로도 많다. 직장인 윤모(31)씨는 지난달 중순 잔여백신으로 화이자 1차 접종을 한 이후 생리불순을 겪었다고 한다. 윤씨는 “주기가 정확한 편인데 공교롭게 백신을 맞은 이후 생리를 건너 뛰었다”며 “혹시나 싶은 마음에 검색해봤더니 생리불순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 ‘백신 부작용인가 보다’ 생각했다”고 했다. 직장인 이모(30)씨는 지난달 잔여백신으로 화이자를 접종한 뒤 생리양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이씨는 “평소보다 양이 지나치게 늘어나 힘들었다”며 “생리가 끝나고도 불안해서 계속 생리대를 지니고 다녔다”고 했다.
온라인상에도 관련 후기가 줄 잇고 있다. 지난달 화이자 1차 접종을 받았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생리가 끝나는 날 백신을 맞았다가 부정출혈 증상을 겪었다고 한다. 이 네티즌은 “이튿날 일어났는데 시트를 적실 만큼 출혈이 있었다”며 “산부인과에 갔더니 부정출혈이고 백신 맞고 많이 오신다고 하는데 왜 이런 걸 안 알려주는지 열 받는다”고 했다. 지난 18일 화이자 1차 접종을 받았다는 또 다른 네티즌은 생리 주기가 앞당겨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접종당일) 생리주기보다 5일 일찍 생리가 시작했다”며 “(접종 2일차엔) 생리양이 평소보다 너무 많고 생리통이 평소보다 너무 심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후 50일 넘게 생리를 하지 않았다 거나 70대 여성이 백신 접종 후 하혈을 했다는 등의 증언도 나왔다.
생리 이상 반응을 겪은 여성들은 공통적으로 이에 대한 사전 고지를 받지 못해 불안감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특히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들 사이에서는 백신 접종 후 임신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백신 접종을 망설이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질병관리청은 예방 접종 후 이상 반응으로 ▲접종부위 통증, 부기 ▲발열, 메스꺼움, 근육통 ▲피로감 ▲두통 등을 안내하고 있으나 생리불순이나 부정출혈에 대한 별도의 안내를 하지 않고 있다.
앞서 해외에서도 백신 접종 초기부터 생리 주기가 뒤바뀌거나 생리 양이 눈에 띄게 늘거나 주는 등 이상 반응을 겪었다는 여성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이에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진은 백신 접종 이후 생리 이상 증상을 겪은 여성 14만 여명의 사례를 모아 보고서를 작성했다. 사례 중에는 몇년간 생리를 하지 않았다가 백신 접종 후 출혈이 생겼다는 여성도 있었다.
이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여성들의 생리 반응에 대한 자체 조사에 나섰고, 최근 여성의 생리불순 등을 잠재적인 부작용으로 확인했다. 다만 현지 의사들은 생리불순 등의 부작용은 걱정할 정도가 아니며, 백신을 맞지 않을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