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적인 도시 숲인 ‘서울숲’을 위탁 운영하는 민간단체 ‘서울그린트러스트’(이하 트러스트)에서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 등 인권침해 사건이 벌어져 서울시가 이 단체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서울숲은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48만㎡ 규모의 문화·생태 공원으로, 코로나 이전에는 연간 700만명 이상의 시민이 찾았던 곳이다. 서울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울숲을 직영(直營)할 방침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는 전직 트러스트 팀장 A씨가 2019년 초 여성 직원 2명을 가리키며 “섹스를 못 하면 저렇게 된다”고 말했다는 피해자 진술을 확보했다. A씨는 그해 5월 다른 업체 여성 직원을 향해 “흰 셔츠 속에 속옷 안 입어서 (가슴이) 다 보인다”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위원회는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기에 충분해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A씨가 직원들에게 업무와 관련 없는 심부름을 시키거나 모욕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 단체 관리자 중 일부가 A씨를 두둔하고 피해자들에게 퇴사를 회유하는 등 2차 피해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지난 7월 트러스트 측에 위탁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운영 계약에는 ‘트러스트가 인권침해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다. 시는 이달 중 최종 제재를 내릴 계획이다. 다만 서울숲 관리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계약 해지 시점은 올 연말로 잡았다.
서울숲은 2005년 개장 이후 서울시가 직접 운영했지만, 박원순 전 시장 때인 2016년부터 트러스트가 운영하며 운영비 등 명목으로 매년 서울시로부터 40억원 안팎을 받아왔다. 박 전 시장이 2003~2006년 트러스트 감사(監事)를 지냈고, 박 전 시장 선거 캠프 출신 인사가 이 단체 사무처장을 지낸 사실이 알려지며 ‘특혜 선정’ 의혹이 일기도 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조사 결과 서울숲의 주된 업무는 기간제 근로자 600여 명이 하고 있었다”며 “서울시가 직접 운영해 예산을 절감하자는 의견이 다수”라고 말했다. 트러스트 측은 “위원회 결과가 나오자 A씨가 즉각 퇴사했고, 서울시 요청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했는데 계약 해지는 과도한 조치”라며 “트러스트가 박 전 시장과 관련 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