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번역가 황석희씨가 여성혐오적 표현을 사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황씨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번역한 영화의 예매권 이벤트 게시물을 올렸다. 황씨는 응모방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댓글로 한 줄. ‘눈나 나 죽어 ㅠ’ 또는 아무 말 환영”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황씨가 예시로 든 ‘눈나 나 죽어 ㅠ’라는 표현을 두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할 때 사용하는 성희롱적 표현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당 표현은 일부 남성 네티즌들 사이에서 ‘성적으로 흥분된다’는 의미로 사용되며, 일반적으로 선정적인 사진과 함께 쓰인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 이 표현을 검색하면 수위 높은 선정적 사진과 게시글 등이 나온다. 해당 표현은 남성 시청자 비율이 높은 게임 경기 중계에서 여성 아나운서가 출연하자 ‘눈나 나 죽어’라며 댓글 창을 도배하던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황씨는 게시물을 수정해 “댓글로 한줄. ‘눈나 나 죽어 ㅠ’ or ‘언니 나 죽어 ㅠ’ or 아무 말 환영”이라고 썼다.
또 자신을 비판하는 네티즌들을 겨냥, ‘PC충’ 등 표현을 언급하며 도덕성을 과하게 요구하지 말라는 취지의 글을 올려 반박했다.
황씨는 글에서 “Social Justice Warrior, 흔히 SJW라고 줄여 부르는 용어로 영화 ‘나이브스 아웃’에도 나왔다”며 “정치적 올바름을 과하게 추구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의미의 말이라 한국말로 ‘불편충’, ‘PC충’ 같은 멸칭과 1:1로 상응한다. 딱히 좋은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에서는 메그라는 캐릭터가 그런데, 온라인상에서나 남의 일엔 누구보다 정의로움을 크게 외치지만 내게 닥친 일에는 그 올바름을 칼같이 적용하지 못하고 불의와 타협한다”며 “쉽게 말해 말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는 거다. 손가락으로 외치는 도덕은 한 없이 가볍고 쉬운 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해한 사람으로 불리는 사람치고 언젠가 유해한 점이 드러나지 않는 예를 보지 못했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유해하다”면서 “온라인에서 외치는 도덕적 결벽을 현실에서도 실천하며 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몰랐으면 몰랐다고 하면 될 걸 저렇게 잘못을 인정 못하고 말하는 걸 보니 실망스럽다”, “모를 수도 있는데 왜 이렇게밖에 대처를 못하는지”, “홍보한 영화도 여성서사인 것 같은데 왜 이런 표현을 쓴건가”, “사과도 안 하고 오히려 지적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나” 등 반응을 보였다.
한편 황씨는 영화 ‘데드풀’, ‘스파이더맨’ 시리즈, ‘보헤미안 랩소디’, ‘유전’ 등 번역을 맡았다. 재치 있는 번역으로 많은 영화 팬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