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미대 교수가 성희롱·갑질 언행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거짓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홍대 미대 A교수의 제자들’(제자들)은 13일 오전 11시 홍익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교수가 수년간 성희롱·폭언을 일삼았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8일 홍익대 미대 학생회, 청년정의당 등 20개 단체로 구성된 ‘홍익대 미대 인권유린 A교수 파면을 위한 공동행동’(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A교수가 제자에게 ‘성관계 날짜를 잡자’고 하거나 ‘패주고 싶다’라고 하는 등 성희롱·폭언을 4년간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홍익대 미대 졸업생·재학생 등 17명으로 구성된 ‘제자들’은 이날 “우리는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넘게 교수님께 배우고 작업했던 학생들”이라며 “교수의 언행이 종종 거칠기는 했지만 폭언·노동착취·권력 남용은 결코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패주고 싶다’ ‘멘트가 구타를 유발한다’는 발언이 있기는 했지만 불쾌한 상황이 아닌 모두가 웃었던 농담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교수가 학생의 정신과 병력을 공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학생 본인이 공황장애 병력을 밝히고 작업 소재로 활용했기 때문에 학생 대부분이 이미 그 상황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사적 전시에 참석하라며 ‘오지 않는 사람 지켜보겠다’고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이밖에 “재력을 과시하는 학생에게 ‘돈 자랑만 하지 말고 친구들 작품이라도 사줘라’고 했던 발언이 ‘능력 없으니 애들 작품이나 사줘라’로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홍익대 미대 석사 재학생 조은재(27)씨는 “성희롱 논란에 대해서는 교수님이 직접 해명해야겠지만 2017년 2학기부터 8학기 넘게 교수님 수업을 10여개 들으며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말은 들은 적 없고 17명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또 “공동행동의 주장은 짜깁기하거나 앞뒤 상황을 자르고 교묘하게 비튼 왜곡”이라며 “공동행동의 성명서 발표 당시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던 학생은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공동행동의 김민석(23) 홍익대 모닥불위원장은 “사건 피해자이기 때문에 당시 기자회견에 나오지 않았던 것”이라며 “지난 기자회견 이후 A교수의 부적절한 발언 30여개를 더 들었고 규탄 및 해명 요구는 예정대로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A교수의 갑질이나 인격모독이 왜곡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피해 학생들의 주장을 2~3번 교차 검증한 것으로 사실이 맞는다”고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추가 피해 사례를 모아 10월 중 수사기관에 A교수를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공동행동은 지난 8일 “A교수가 학생에게 ‘너랑 나랑 언젠가는 섹스를 하게 될 것 같지 않냐. 차라리 날짜를 잡자’며 휴대전화 달력 어플을 열거나 대학원 여학생에게 ‘너는 작업 안했으면 N번방으로 돈 많이 벌었을 거 같다’고 발언하는 등 2018년부터 성희롱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또 “학생들에게 본인의 성경험을 말하도록 강요하거나 본인이 현직 미술 관계자와 성관계 파트너라고 말했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했다. 이밖에도 “A교수가 ‘B는 내 학생만 아니었어도 진짜 패주고 싶다’거나 ‘못생긴 애들은 보면 토할 것 같았다’ 같은 인격모독 발언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기자회견 전 A교수와 ‘제자들’측이 사전에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제자들 측 조씨는 “공동행동의 기자 회견 이후 제자들 역시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다가 이날 오전에야 연락이 됐다”며 “별 말씀 없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니 내가 관여할 수는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본지는 A교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