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한국이고, 영어 쓰면 있어 보이는 시대는 지났다.”

스타벅스에서 14일 출시한 기획상품인 '시팅쿠션'과 '키핑 슬리브' /스타벅스 인스타그램

지난 14일 스타벅스는 새로운 기획상품으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시팅쿠션’을 출시했다. 직역하면 앉을 때 쓰는 푹신한 받침이라는 뜻의 ‘시팅쿠션(sitting cushion)’은 벤치 등에서 쓸 수 있는 휴대용 방석. “지구를 생각한 리사이클 시팅 쿠션과 함께 어디서든 간편하고 편안하게!”라며 올라온 홍보 게시글을 본 네티즌들은 “시팅 쿠션이라길래 새로운 제품인 줄 알았는데, 그냥 ‘방석’ 아니냐”며 “같은 물건을 가리키는 우리말이 있는데, 왜 영어를 쓰느냐”며 지적에 나섰다.

스타벅스코리아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시팅쿠션 관련 게시글에는 이틀 만에 100여개 댓글이 달렸다.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 대부분은 “방석이라는 말을 쓰자”며 시팅쿠션 이름에 대해 불만을 보이는 내용이었다. ‘시팅쿠션’과 함께 스타벅스가 출시한 ‘키핑 슬리브(keeping sleeve)’는 뜨거운 컵을 잡는 용도로 만들어져 손가락 부분이 잘린 장갑 형태다. 이를 알리는 게시글에도 “우리는 이것을 장갑이라고 부르기로 했다”며 영어 표현에 불편함을 보이는 댓글이 달렸다.

‘멋있다’ ‘있어 보인다’는 인상을 주며 빈번히 쓰이던 영어 작명에 대해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Z세대를 중심으로 한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도쿄올림픽 금메달 수에 연연하지 않았던 것처럼 외국 선진 문화에 대한 동경이 크지 않다. 한국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며 선진국에 대한 선망이 사라진 자리를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채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월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22주년 기획상품으로 출시한 패브릭랩. 제품명에 대한 항의에 '매듭보자기'로 이름을 바꿨다. /알라딘

지난 7월 인터넷서점 알라딘이 서점 22주년을 기념해 ‘패브릭 랩’을 기획 상품으로 출시했다. “종이나 비닐 대신, 패브릭랩으로 무엇이든 아름답게 포장하라. 선물할 때, 책이나 도시락, 물병을 보호할 때 활용 가능하다”며 홍보한 ‘패브릭 랩(fabric wrap)’은 매듭을 지어 물건을 싸는 사각 천이었다.

고객들은 “도시락 싸던 보자기 아니냐”며 황당해했다. 이어 알라딘 측에 “쉽고 예쁜 우리말을 두고, 외국에서도 잘 쓰이지도 않는 ‘콩글리시’를 가져다 쓰느냐”며 항의했다. 알라딘은 결국 패브릭랩이라는 이름을 포기하고 ‘매듭 보자기’로 제품명을 변경했다.

지난 7월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22주년 기획상품으로 출시한 패브릭랩. 제품명에 대한 항의에 '매듭보자기'로 이름을 바꿨다. /알라딘 트위터·홈페이지

전문가들은 “영어로 된 이름을 세련되고 멋지다고 느끼던 기성세대와 달리 Z세대는 한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이제는 우리나라 고유의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개념이 퍼지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젊은 세대에게는 나라에 대한 큰 자긍심이 있기 때문에 굳이 외국어를 쓰기보다 우리나라의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 더 근사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이준영 상명대 금융경제학부 교수는 “요즘 세대의 케이컬처(K-Culture)에 대한 자부심과 쓸데없이 과시하는 것에 대해 반발하고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선호하는 성향이 결합해 드러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