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텐독에 등장하는 노래 '똥밟았네' 뮤직비디오. /포텐독TV 유튜브

삽입곡 ‘똥 밟았네’로 유명세를 탄 EBS 어린이 애니메이션 ‘포텐독’이 국정감사에서 질타의 대상이 됐다. 최근 불거진 ‘불법촬영·동물학대·왕따 장면’ 논란 때문이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포텐독’에 불법촬영, 동물학대, 왕따 등 폭력적인 장면들이 그대로 방송됐다. 교육방송에서 방영되는 어린이 만화라고 보기에는 놀랍다”며 “EBS는 제작 가이드라인에 맞춰 사전 점검하고 방영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더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해가 잘 안 된다. 특히 불법촬영 및 유포, 협박에 대한 내용은 4회에 걸쳐 방송됐다고 한다. 잠든 캐릭터의 사생활을 불법으로 촬영하고 노예 등과 같은 표현도 등장한다”며 “어른들이 보기에도 섬뜩한 현실의 범죄 장면을 그대로 어린이 만화에서 방송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의했다.

김명중 EBS 사장은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어린이들에게 유해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특히 이 애니메이션은 공동제작이라 외부에 제작을 줬는데, 앞으로 기획 단계부터 유해성 문제를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답했다.

김명중 EBS 사장이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2021년도 KBS(한국방송공사)-EBS(한국교육방송공사)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러면서 “외부 시청자 단체에서 유아·어린이들에게 유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을 알고 있다”며 “조장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경고하는 의미였기 때문에 (시청 등급을) 12세로 올리면 되겠다고 판단했다. 이 문제는 더 점검해서 적절성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이 지적한 문제의 장면은 지난 6월 18일 방송된 ‘개똥 테러 사건’ 에피소드에 등장한다. 악당 무리가 인간 세상을 테러하기 위해 캐릭터 ‘뽀그리’에게 음식을 먹이고 똥을 생산하게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때 악당은 뽀그리에게 “넌 무슨 노예가 따지는 게 많냐” “야근수당 대신 줄 테니까 열심히 싸기나 해” 등의 말을 한다. 이어 뽀그리는 “푸짐하게 싸겠습니다”라고 답하며 배변을 이어간다.

또 악당은 강아지 푸푸와 뿔테가 포텐독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몰래 찍은 뒤 “얌전히 있어. 시끄럽게 굴면 동영상 보낸다”고 협박하는 장면도 나온다. 주인공은 “얌전히 있을게. 동영상 보내지마. 제발”이라며 빌고, 악당은 동영상을 지우는 조건으로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것을 강요한다.

이 회차가 방송되고 일각에서는 ‘포텐독’이 불법촬영 문제를 희화화하고 심각한 인권침해, 성차별, 생명경시 의식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만화 속 설정은 정도를 넘어선 폭력적인 발상이며 심각한 인권 유린”이라며 “행위자를 극단적으로 대상화했다는 점에서 관음을 넘어 가학적”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된 회차 장면 일부. /EBS '포텐독' 방송

또 “임금을 받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자를 ‘노예’라고 지칭하는 위계관계 설정은 어린이를 ‘돈이 인간보다 우위에 있다’는 극단적인 물신사회로 밀어 넣는다”며 “어린이들의 정서·인성 발달에 끼칠 악영향이 심히 우려된다”고 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잠입 취재했던 ‘추적단 불꽃’도 “불법촬영 피해 생존자가 느꼈을 심리적 압박을 인용해 대사를 작성하고 약점을 잡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하며 범죄에 끌어들이는 악랄함을 재현했다”며 “학교라는 제도권 교육 안팎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하는 만큼 우리 사회 모두가 예방 및 교육의 실천 주체가 돼야 한다”고 규탄했다.

결국 EBS 측은 지난 8월 ‘포텐독’의 일부 시청 등급을 기존 7세에서 12세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내·외부 전문가 집중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콘텐츠 전반에 대한 지적사항은 없었으나 선제적 조치 차원에서 ‘12세 시청가’로 등급 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