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사는 직장인 정모(39)씨는 지난 7일 휴가를 내고 남편과 함께 강원도 춘천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 이날 정씨는 바람막이 재킷, 티셔츠, 치마까지 요즘 2030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한 골프 의류 업체의 신상품을 착용했다. 그가 착용한 제품의 판매가를 모두 합치면 93만원에 달했지만, 그는 10%인 9만3000원만 냈다. 옷을 직접 사는 대신 10분의 1 가격에 골프 의류를 빌려주는 업체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최근 골프를 즐기는 젊은 층이 크게 늘면서 이 같은 골프 의류 대여 업체까지 등장했다. 원하는 골프 의류를 주문해 집으로 배송받고, 골프를 친 뒤에는 세탁할 필요 없이 다시 업체로 보내는 식이다. 매달 정액을 내면 골프 의류 서너 벌을 보내주는 구독 서비스까지 생겨났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옷을 입고 싶어 하는 젊은 층의 합리적 소비 성향을 겨냥한 서비스다. 젊은 여성 골퍼들을 중심으로 골프장에서 예쁜 옷을 입고 소위 ‘인증샷’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문화가 확산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월 1~2회 골프 의류를 빌려 입는다는 주부 이모(38)씨는 “골프 비용이 비싸 자주 나가기 어려운 만큼, 한번 나갈 때 신상품을 빌려 입어 기분도 내고 사진도 많이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고 했다. 온라인 중고거래 장터에는 몇 번 입은 골프 의류를 사고파는 이들도 많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장 이용객은 연인원 4670만명으로 전년 대비 12% 늘었다. 업계에선 올해 국내 골프장 이용객이 5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골프 열풍으로 골프장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되면서 젊은 세대들 사이에선 마치 대학 수강 신청을 방불케하는 예약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직장인 채모(37)씨는 “고등학교 동창들과 골프 모임을 만들었는데 골프장 예약이 너무 어려워 매주 2명씩 당번을 정했다”며 “골프장 예약 시작 시간이 되면 당번이 몇몇 골프장 홈페이지를 돌며 ‘광클(빛의 속도로 빠르게 클릭한다는 뜻의 은어)’을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