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직거래를 주로 중개하는 중고 거래 앱들이 최근 청소년들의 신종 학교 폭력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 가해 학생들은 또래가 팔 법한 패딩, 스마트폰 등을 물색해 직거래를 유도한다. 이후 혼자 혹은 여러 명이 떼를 지어 나온 다음 물건만 갈취하거나 터무니없는 가격에 팔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돈 없는데 물건 그냥 반값에 팔아라” “너네 집 주소 알고 있으니까 신고하면 죽는다”며 협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교 폭력 전문인 노윤호 변호사는 “과거 청소년들의 중고 거래 범죄는 실제 있지도 않은 물건을 팔겠다고 속여 돈을 뜯는 게 많았는데, 요즘은 구매자를 가장해 학교 폭력을 저지르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중고 거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를 활용한 신종 범죄들도 등장하고 있다. 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직거래를 절도, 성범죄 등의 기회로 삼는 범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일에는 인적이 드문 새벽 5시에 직거래를 유도한 다음 “한번 차보겠다”며 시가 900만원짜리 명품 시계를 들고 도주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충남 천안에선 금팔찌를 직거래하려 만난 장소에서 구매자가 흉기를 휘둘러 판매자가 숨지는 일도 벌어졌다. 또 “옷 사진을 찍어야 하니, 집에 들어가서 중고 옷을 한번 입어봐달라”거나 “입고 있는 속옷을 팔면 돈을 주겠다”고 말한 뒤 성범죄를 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돈만 받고 물품을 안 보내는 사기도 여전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중고 거래 사기 범죄는 12만3168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관련 집계를 처음 시작한 2014년(4만5877건)의 3배에 육박한다. 이동찬 더 프렌즈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중고 거래는 사기를 당하더라도 소액이기 때문에 소송하면 비용이 더 들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며 “중고 거래 앱의 사기 근절 노력뿐만 아니라 구매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