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정관수술 하고 싶네요.”

지난 5일 오전 경남 하동군 소재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요소수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을 바라보고 있다./뉴시스

지난 4일 포털 다음의 화물기사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정관수술’은 차량 정비 업계에서 사용하는 은어(隱語)다. 디젤 화물차에는 요소수가 투입되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가 장착돼 있는데, 이를 무력화하는 개조 작업을 이르는 말이다. 게시물엔 “신항 정비공장 가보니 거의 다 정관수술 중이더라” “수술비는 200만원이라고 한다” “수술 대기만 500대가 밀려 있다고 한다” 같은 댓글이 달렸다.

지난 4일 포털 다음의 한 화물차 기사 카페에 올라온 게시물. /다음

최근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현상이 발생하면서 화물 기사들 사이에서 ‘정관수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자제어장치(ECU)를 조작해 SCR 작동이 멈추면, 요소수 없이 디젤차 운행이 가능하다. 이 작업은 전국 정비소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현재 등록된 362만대의 화물차 가운데, 요소수가 필수적인 SCR 부착 차량은 171만대로 추정된다.

그러나 ECU 조작은 불법이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 ECU를 조작해 SCR이 정상 작동되지 않을 경우, 까만 매연인 질소산화물이 최대 10배까지 배출돼 환경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차량 내부 부품도 망가질 수 있다. 그러나 10L당 9000~1만원이던 국내 요소수 판매가가 최근 10만원을 넘나들자 이런 불법 행위에 대한 관심이 성행하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요소수 품귀현상이 계속되자 매점매석 행위를 집중 단속하는 등 즉각 관련 조치를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이와 관련 차량용이 아닌 산업용 요소 국내 재고량을 파악해, 이를 활용한 요소수 생산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저렴한 산업용 요소로 요소수를 만들 수 있었다면 기업들이 그동안 왜 안 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