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작가가 여성이 주인공으로 설정된 작품을 쓰면, 무조건 100점 만점에 5점 더 드립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올해 ‘한국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이른바 ‘양성평등가산점’을 도입한 가운데, 공모전 수상자 중 여성 작가 비중이 73.3%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년의 배(倍)에 해당한다.
영진위는 올해 공모전에 양성평등가산점을 처음 도입했다. 기본적으로 공모전의 평가 총점은 100점. 독창성과 참신성 40점에, 완성도 30점, 영화화 가능성 30점이 배점됐다. 여기에 추가로 작가가 여성인 경우 2점, 시나리오 속 주인공이 여성인 경우 3점의 양성평등가산점을 줬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영진위로부터 제출 받은 2021년 한국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수상 내역에 따르면 수상작 15편 가운데 11편이 양성평등가산점을 받았다. 지원자수는 총 1049명으로 남성이 60.4%인 634명, 여성이 39.6%인 415명이지만, 최종 수상작의 73.3%는 여성에게 향했다.
‘대상’(상금 5000만원) 수상자부터 여성이었다. 작가는 여성이지만, 작품에는 남성 주인공을 등장시켜 가점은 2점만 받았다. 대상 바로 아랫 순위인 ‘1·2등 상’은 남성작가가 받았는데, 가점은 없었다. 이어 여성 작가가 여성을 주인공을 등장시킨 작품을 제출해 가점 5점을 받으며 ‘3등 상’을 가져갔다.
‘4등 상’ 수상자는 총 10명이었는데, 그 중 9명은 가산점 5점을 받은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각각 상금 700만원을 획득했다.
이 공모전은 이 같은 가점제가 도입되기 전인 2019년에는 수상자 20명 가운데 여성이 40%이었고, 지난해에는 수상자 20명 가운데 여성이 30%였다.
영화진흥위원회는 한국 영화산업에서 여성 인력과 여성 주도 서사의 비율을 늘리자는 취지로 올해 처음으로 양성평등가산점제도를 도입했다. 성별 균형을 유지해 다양성을 확보하고, 경력이 단절된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유입해 참신성과 창조성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오자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제작 프로듀서는 “여성 서사에 가점을 주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영화 인력을 늘리겠다고 취지로 여성 창작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건 현장을 전혀 모르는 소리”라며 “영화계는 남자 위주로 뽑은 것도 아니고, 여긴 시험을 쳐서 오는 곳도 아니다. 누구나 원하면 일할 수 있는데 힘든 일일 뿐”이라고 했다. 또 “성별 때문에 덜 재밌는 게 뽑히고, 더 재미있는데 성별이 남자란 이유로 안 뽑히면, 이 배점 체계를 양성평등가산점이 아니라 ‘여성집중가산점’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단순히 양성평등가산점 때문에 여성 수상자가 다수 배출됐다고 볼 수 없다. 그해에 어떤 참가자가 왔는지에 따라 결과가 바뀌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