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 빌라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당시 현장을 이탈했던 여경이 피해 가족의 부실대응 지적에 “피를 보고 난 뒤 트라우마가 생겨 이후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뉴스1에 따르면 피해 가족은 현장에 출동했던 여성 경찰관 A순경을 지구대에서 만나 부실대응 관련 문제를 제기했으나 납득할 수 없는 대답만 들어야 했다고 호소했다. 가족은 ‘가해자와 피해자들을 적절히 분리했나’ ‘(피해자들이) 3층에서 가해자에게 습격당할 당시 현장을 이탈해 1층으로 향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 선택이 적절했다고 보나’ 등의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러자 A순경은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보고 구조 요청을 해야 한다는 생각뿐, 솔직히 그 뒤 (대응에) 대한 생각이 나질 않는다”는 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40대 여성이 (흉기에) 찔리는 것을 본 순간 생명과 직결됐다고 생각했고, 이런 상황에서는 피해자 구호가 먼저라고 학교에서 배워 119 구조 요청을 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에 1층으로 내려갔다”고도 했다.
‘1층에 있던 40대 여성의 남편은 딸의 비명을 듣고 3층으로 재빨리 올라갔는데, 왜 1층에 경찰 2명이 머물러 있었냐’는 물음에는 “(피해자 목에서 나는) 피를 보고 나서 구조 요청해야지 생각은 했는데, 생전 처음 보는 일이자 처음 겪는 상황이라 그 장면만 계속 떠오르면서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 장면만 남아서 그 뒤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말을 했다고 피해 가족은 주장했다.
그러면서 “A순경으로부터 현장 대응 관련 답변을 듣긴 했으나 미흡한 대처로 결국 우리 가족이 다쳤다”며 “가족은 엉망이 됐고 (40대 여성인) 1명은 사경을 헤매고 있다. 미흡한 대처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족은 지난 19일에도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올려 경찰 대응과 관련한 여러 문제점을 제기했다. 피해자인 40대 여성의 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형부(피해자 남편)와 남자 경찰이 내려가자마자 위층 남자가 숨겨온 칼로 언니 목을 찔렀고, 이걸 본 여조카의 비명과 함께 여경은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며 “여조카는 피를 뿜는 엄마를 보면서도 칼에 찔리며 방어했고 형부는 다시 올라와 범인을 제압하며 일가족이 모두 칼에 찔렸다”고 했다.
이어 “경찰은 피해 가족 앞에서 ‘수사에 전념해 구속시켜야 하는데, 구속 안 되고 풀려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보호 목적으로 지원한다는 형사는 ‘막말로 형부가 범인을 내려친 칼이 형부 것인지, 범인 것인지 뒤죽박죽 얽혀서 형부가 잘못될 수도 있다’고 도 했다”며 “일가족을 칼로 찌른 살인미수범이 구속되지 않고 풀려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말로 겁을 준 것”이라고 분노했다.
또 “1차 신고 때 경찰이 사건을 만들었고 2차 신고 때 경찰이 사건을 키웠다. 이 사건은 경찰이 만들고 키우고 마무리는 회유로 덮으려 한 것”이라며 “경찰이 범인이라고 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 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나. 경찰을 믿고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느냐”고도 했다. 이 청원은 인터넷 주소를 직접 입력한 후 동의할 수 있는 비공개 상태임에도 21일 오후 4시 기준 19만36명이 동의했다.
앞서 사건은 지난 15일 오후 4시50분쯤 인천시 남동구 서창동 한 빌라에서 발생했다. 가해자인 B(48)씨는 3층에 거주하던 부부와 그들의 자녀를 향해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지난 9월 해당 빌라 4층에 이사 온 뒤부터 피해 가족과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건 당일 낮에도 피해 가족의 신고로 경찰 처분을 받았지만 몇 시간 후 다시 찾아가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