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흉기 난동 사건 당시 현장을 이탈한 순경은 작년에 입직한 신입으로, 코로나를 이유로 비대면 위주의 부실한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해당 순경은 작년 12월 중앙경찰학교에 입교해 4개월간 교육받았고, 지난 8월까지 인천 논현경찰서의 한 파출소에서 현장 실습을 받았다. 현재도 정식 경찰관으로 임용되기 전 일종의 수습 기간인 ‘시보(試補)’ 신분 경찰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순경은 지난 15일 피해자가 목을 칼에 찔리는 상황을 목격하고도 가해자를 제압하는 대신 “지원을 요청하겠다”며 현장 이탈해 현재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 해당 순경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학교에서 생명과 직결된 상황에선 피해자 구호가 먼저라고 배웠다”며 “생전 처음 겪는 상황에 트라우마가 생겨 그 뒤 기억이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입 순경 교육을 담당하는 중앙경찰학교 관계자는 “해당 순경은 작년 12월에 들어와 올 4월에 졸업한 기수”라며 “코로나 이후 들어온 기수라 입소 후 곧바로 1주일간 격리하면서 ‘적응 훈련 기간’이 절반으로 줄었고, 이론 교육은 모두 비대면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순경이 졸업하고 난 5월부터 교육과정을 바꿔 체포술을 종전 30시간에서 76시간으로 늘리는 등 현장 대응 훈련을 강화했다”고 했다. 경찰은 시설 부족 등의 이유로 지난 2018년 말부터 신입 경찰관 교육을 기존 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했다.
당시 해당 순경은 테이저 건, 삼단봉을 지니고 있었지만 활용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나 결국 피해자 남편이 가해자 칼에 베여가며 간신히 범인을 제압했다. 중앙경찰학교 관계자는 “해당 순경이 속한 기수는 총 2400여 명인데 상당수가 테이저 건 사격 훈련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테이저 건의 카트리지 가격이 4만원이라 비용 부담 때문에 훈련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해당 순경이 테이저 건 사격 훈련을 받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22일 경찰청장 주재 긴급 대책 회의에서도 중앙경찰학교장이 “테이저 건 훈련을 많이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순경 교육을 마친 이후 일선 현장의 교육도 부실했다. 인천경찰청 교육계장은 “코로나 때문에 종전 대면 교육이 상당 부분 사이버 훈련으로 대체됐다”며 “예를 들어, 지역에 배치된 경찰들이 3개월마다 2시간씩 ‘현장 순회 교육’을 받는 것부터 사이버로 바뀌었다”고 했다.
현장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경찰관뿐 아니라 경찰의 범죄 대응 시스템도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19일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중 살해당한 A(32)씨는 사건 발생 전 경찰에 스토킹 신고를 작년말부터 6차례나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참변을 피하지 못했다.
A씨는 전 남자 친구 B(35)씨의 스토킹 피해를 지속적으로 호소했다. 작년말 부산에서 주거 침입으로 B씨를 처음 신고했다. 지난 6월 26일에는 B씨가 ‘짐을 가져가겠다’는 핑계로 A씨 집으로 들어오려고 하자,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해 경고장을 발부했다. 나머지 네 차례 신고는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인 지난 7일 이후 집중됐다. A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해 B씨를 경찰서로 연행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임의 동행을 거부했고, 현행법상 임의 동행을 거부하면 강제할 수가 없다”고 했다. A씨는 경찰과 하루에 10여 차례 통화하며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3차례 정도 전화를 걸었고, 나머지는 경찰 쪽에서 안전 확인을 하기 위해 전화한 것”이라고 했다.
경찰이 위급 상황을 신속히 신고할 수 있도록 지난 7일 A씨에게 지급한 스마트워치도 결국은 무용지물이었다. 스마트워치를 누르면 신고자 위치가 실시간으로 전송되는데, 인근 통신 기지국 정보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오차가 최장 2㎞나 되기 때문이다. A씨도 두 차례나 스마트워치를 눌렀지만, 경찰이 A씨 주거지가 아닌 엉뚱한 곳으로 출동해 헤매는 사이 흉기에 찔렸다. 경찰은 뒤늦게 위치 오차를 50m 이내로 줄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