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후 충북 진천에서 열린 '감성 캠핑 토크쇼' 도중 시사평론가 오창석씨와 함께 고구마를 먹고 있다. /이재명TV

존경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님께

‘<긴급 공지> 유튜버와 함께 하는 번개 타임’

토요일이었던 지난 20일 오후 1시28분, 후보님께서는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리셨습니다. 거기엔 “오늘 저녁 이재명이 번개 칩니다. 이재명을 만나고 싶은 유튜버, 이재명에게 할 말 있는 유튜버 모두 모두 모이세요. 장소가 협소하고 먼 곳이라 선착순 20명의 유튜버로 제한합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재명 후보 트위터 갈무리

‘할 말 있는 유튜버 모두? 그리고 선착순?’

평소 반(半)국민적 지지를 받으시는 후보 님 계정을 기자로서 팔로우해온 제가 이걸 놓칠 리가 없었지요. 사실 저는 기자이면서 동시에 1만명 넘는 구독자를 가진 ‘예능 유튜버’거든요.

트위터 댓글로 참가 신청 댓글을 달았습니다. 이때가 2시9분. 다행히 제 앞에 댓글을 단 유튜버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불안했습니다. ‘선착순’을 어떻게 접수 받겠다는 안내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10분 만인 오후 2시19분, 제가 후보 님 휴대전화로 직접 문자메시지를 보냈지요. 참석을 희망한다고요. 한참을 기다려도 이 후보님도, 캠프 그 누구도 “당첨이다”, “낙첨이다” 같은 연락을 주지 않았습니다. 좌불안석이던 제게, 한 친구가 말하더군요.

“이 후보가 말한 선착순이라는 게, 혹시 현장 도착 순서 아닐까?”

아 그렇구나! 일정을 마친 뒤 바로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습니다. 모임 장소로 고지된 충북 진천군의 한 캠핑장까지는 100km가 넘고, 내비게이션은 2시간30분이 걸리는 걸로 나오더군요. 하지만 늘 뵙고 싶었던 후보님을 마주할 수 있다는데 그게 뭐 대수겠습니까.

무작정 달렸습니다. 중국발 미세 먼지와 자욱한 안개가 가득해서 후보님 뵈러 가는 길엔 마치 ‘아수라’(인도 신화 속 악(惡)의 반인반신(半人半神))가 나올 것 같더군요. 오후 9시쯤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캠핑장 입구를 건장한 남성 10여명이 ‘한 일(一)’자로 진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안개낀 어둠 속 제 앞길을 막아선 그들의 모습은, 제 눈엔 마치 아수라처럼 보였습니다만, 그들은 “후보님 캠프 수행원”이라고 하더군요. 그 중 한 사람이 제게 “접수 받은 명단에 없는 분은 입장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의 손에는 A4 용지 한 장이 들려 있었는데, 출입 가능한 20명의 명단이 적혀 있었습니다. 제 이름은 없었습니다. 이른바 ‘입뺀’을 당한 겁니다. (입뺀·입구 뺀찌 = 이용객 수준 관리를 위한 출입 통제를 가리키는 은어)

20일 오후 충북 진천이 한 캠핑장 입구를 막아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수행원들. 이 후보가 유튜버를 상대로 번개를 제안했지만, 캠프 수행원의 제지로 미리 캠프와 교감이 없었던 유튜버는 들어갈 수 없었다. /유튜브 채널 크로커다일 남자훈련소 갈무리

억울했습니다. 저는 그 수행원께 “트위터로도 젤 먼저 신청했고, 현장에도 아직 20명이 채 도착하지 않았는데 저는 왜 안 돼요?”라고 물었습니다.

“이 후보 캠프에서 원래 항상 (이 후보와) 같이 다니시는 분들 위주로만 신청을 받았어요. 원래 다 연락이 되던 분들이라 그런 방식으로 신청을 받아서… 입장이 어렵습니다.”

출입이 가능했던 유튜버들은 이 후보 ‘측’에 직접 연락을 취해 참석했다고 합니다. 전 후보님 ‘측’이 아니라 후보님께 직접 문자를 보내 신청했는데, 그게 잘못이었나봅니다.

그제사 운전하느라 못 본 문자를 확인해 봤더니, 후보 님께서 감사하게도 제게 직접 문자 답장을 하셨었더라고요. ‘번개 어떻게 신청하는 건가요?’라는 제 물음에 후보님께선 6시간만에 이렇게 적어보내셨지요.

“실제 동행자분들만”

아니, 저는 ‘동행을 어떻게 하느냐’고 여쭌 건데, 이게 웬 청천벽력같은 동문서답인가요. 그것도 거의 다 도착한 뒤에야.

유튜브 방송은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후보 님의 모습이라도 먼 발치에서 뵙고 싶어, “촬영을 안 할 테니 구경이라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수행원에게 요청을 했습니다. 수행원은 제게 “오후 10시부터 캠핑장 ‘매너 타임’이라서 들어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후보 님의 수행원은 왜 미래를 사는 걸까요? 그 대화가 오간 건 오후 9시10분이었는데, 그는 50분 뒤의 미래를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들어가서 보다가, 오후 10시 전에 나오면 안 될까요?”라고 되물었지만 먹히지 않았습니다. 캠핑장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인데, 무작정 출입이 금지됐습니다.

순간 ‘뭔짓을 해서라도 들어가 볼까?’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는, ‘공동체의 협의된 룰을 어겨가며 자신의 주장을 세상에 알리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입뺀을 면한 유튜버들의 면면을 먼 발치서 살펴봤습니다. 사회를 맡은 서울의소리 백은종, <이재명 지지 이유 “아유~ 우리나라 살릴 사람이니까”>란 영상을 올린 사람이지요. 황기자 채널, <이재명이 대장동에서 한푼도 안먹은 이유>란 영상을 올렸습니다. 이송원TV는 <이재명 만나러 한국온 NYT… “해외서 차기 대통령으로 보는 것”> 등등. 모여서 사이좋게 딸기까지 드시더군요.

문득, 한나절 전 제 가슴을 설레게 했던 후보님의 공지문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이재명에게 할 말 있는 유튜버 모두 모두 모이세요.’

그 순간 우매한 저는 드디어 이런 깨달음에 다다르게 됐습니다. 사실 후보님께서 생각하시는 ‘할 말 있는’이란, 사실은 ’이재명이 듣고 싶은 말을 해줄 수 있는’이 아니었을까. 후보님 경선 캠프 명칭이었던 ‘열린캠프’ 앞에는, 사실 ‘(지지자에게)’라는 괄호가 생략됐던 것 아닐까.

그러자 그동안 제 머리속에 안개처럼 자욱히 자리잡은 다른 의문들도 하나 둘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왜 후보님 입에서 ‘언론자유’와 ‘언론사 폐간’이 동시에, 그것도 태연히 나올 수 있었던지 등 말입니다.

그래도 후보님, 저는 후보님이 좋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따라다닐 참입니다. 그리고 기다리겠습니다. 후보님이 생각하시는 ‘할 말’과 제가 생각하는 ‘할 말’이 일치하는 그날을요.

날씨가 추워집니다. 건강 살피십시오.

2021년11월23일

우매한 기자 그리고 유튜버, 최훈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