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n번방 방지법'에 따른 후속 조치가 시행된 10일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고양이 동영상을 올리자 "검토 중"이라는 문구가 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

이른바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따른 후속 조치로 10일 카카오톡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불법촬영물 필터링 기능이 적용됐다. 온라인에서는 “이게 왜 불법촬영물이냐”며 과도한 필터링이라는 지적과 함께 “사전 검열과 같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10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카톡 검열’에 관한 글들이 다수 게재됐다. 카카오는 10일부터 ‘카카오톡 오픈채팅 그룹채팅방’에 불법촬영물 식별 및 전송 제한 조치를 적용했다. 오픈채팅 그룹채팅방에서 오가는 동영상 및 움직이는 이미지, 압축파일에 적용되는데 이를 ‘검열’이라고 본 것이다.

휴대전화 등 중고상품 거래 온라인 커뮤니티인 뽐뿌에는 “카톡 검열 미쳤다”며 “별것도 아닌 영상인데 이걸 검열한다”는 글이 게재됐다. 그가 올린 사진에는 고양이 동영상에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방심위에서 불법촬영물 등으로 심의·의결한 정보에 해당하는지 검토중이다’는 문구가 뜬 화면이 담겼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도 비슷한 글이 올라왔다. 일부러 오픈 카톡방에 갖고 있던 성인물 자료를 올려봤다는 글쓴이는 “검토 문구가 안 뜬다. 기준이 어떻게 되는 건지 아는 분 있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댓글에는 “움직이는 이미지와 동영상이 대상이라길래 고양이 동영상 공유했더니 검토 문구가 떴다”는 내용이 달렸다.

이른바 'n번방 방지법'에 따른 후속 조치가 시행된 10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고양이 동영상을 올리자 "검토 중"이라는 문구가 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

이 같은 우려는 불법촬영물 필터링 조치가 시행되기 전부터 있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영상물을 분석한 뒤 정부가 모은 동영상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불법 여부를 식별하는 방식인데, 이 기술이 지난 8월에야 나와 현실에서도 잘 적용될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터링 과정도 정부가 만든 프로그램을 거쳐 가다 보니 정상적 사진이 잘못 검열되더라도 카카오가 이용자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온라인에선 “설익은 기술로 통신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개인이 사적으로 운영되는 채팅방에 올리는 게시물의 불법 여부를 미리 확인한다는 점에서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온라인 게임 기반 커뮤니티 인벤에는 “카톡 검열의 웃긴 점은 이것”이라며 헌법 18조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는 조항과 비교하는 글이 올라왔다. 보수 성향의 이용자가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 엠엘비파크에는 “이건 전체주의적 발상 아닌가?” “n번방은 텔레그램에서 일어났는데 왜 카톡에 법을 적용하나”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검열은 오해라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카톡, 이메일 등에서 벌어지는 사적인 대화는 법 적용 대상이 아니며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에 한정해 기술적인 조치를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톡에서도 오픈채팅 그룹채팅방에서만 불법촬영물 식별 및 전송 제한 조치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온라인 여론이 들끓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n번방 사건 때 분노한 여론을 타고 통과된 소위 ‘n번방 방지법’이라고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기준의 모호함에 더해 헌법 18조가 보장하는 통신의 자유를 심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실질적으로 n번방 사건에서 유통 경로가 됐던 텔레그램 등에는 적용이 어려워 결국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치”라며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재개정을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