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재현의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합니다.
인천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50대 여성의 금품을 빼앗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고, 유기를 도운 공범까지 살해한 권재찬(52)은 18년 전인 2003년에도 전당포 업주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혔습니다. 1심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으로 감형됐는데요, 당시 감형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번 살인은 막을 수 있었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형사법 전문가는 “항소심 판단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18년 전 권재찬에게 감형이 이뤄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권재찬은 1992년 강도상해죄로 징역 6년, 1998년에는 특수강도 강간죄로 또 징역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리고 2003년 인천에서 전당포 업주(사망 당시 69세)를 때려 살해한 뒤 현금 32만원을 훔쳐 일본으로 밀항했다가 뒤늦게 붙잡혀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으로 감형되면서 2018년 출소하게 됩니다. 그리고 올해 2명의 목숨을 빼앗았습니다.
권재찬이 2심에서 감형받은 이유는 당시 항소심 재판부가 “권재찬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다른 공범이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을 저질렀고, 권재찬은 밖에서 망을 보았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권재찬에게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하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는 게 주저되므로 원심이 선고한 형량을 ‘다소’ 감경하기로 한다”고 했습니다.
강도살인을 저지르고 권재찬은 처벌을 피하고자 일본으로 밀항까지 했고, 국내로 송환돼 재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런 권재찬의 주장에 항소심 재판부가 신빙성을 둔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강도상해 출소 직후 특수강도강간을 범했고, 출소 후 3개월이 채 안 된 시점에서 현금 32만원을 빼앗기 위해 주저하지 않고 살인을 한 권재찬에게 무기형을 선고하는 게 왜 주저되는 걸까요. 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이때 감형되지 않았다면, 이번 2명에 대한 살인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이런 점이 인정되어 신상이 공개된 것 같습니다
신상공개는 특정강력범죄를 범한 경우와 성폭력특별법상 성폭력 범죄를 범한 경우에 가능한데요, 권재찬이 범한 살인죄가 특정강력범죄에 해당합니다. 또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 등 일정한 요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최근 신상공개 과정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고요?
네. 신상공개가 결정되면 피의자의 얼굴, 성명 및 나이가 공개됩니다. 최근 국가경찰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피의자 얼굴 등 신상공개 지침’이 일부 개정됐습니다.
종래에는 “호송·송치 등 경찰관서 출입 또는 이동 시 모자나 마스크 등으로 가리지 않는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피의자의 얼굴을 노출시키는 방법으로 공개”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모자나 마스크 등으로 가리지 않는 방법으로”가 삭제됐습니다. 즉, 신상공개가 되는 경우 모자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릴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겁니다.
지킬 수 있는 국민 생명을 죄인의 인권보호 때문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재범 위험성이 높은 수형자가 출소 후 어떤 제약도 없이 사회에서 활보하는 건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대통령 후보자분들께 간곡히 부탁합니다. 피의자 인권, 중요합니다. 하지만 피해자의 절규에도 귀 기울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