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자 생존권 결의대회’에서 집회에 참여한 자영업자들이 자신들의 사업자등록증 모형을 부숴버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 모인 약 500여명의 자영업자들은 “코로나는 자영업자 가게에만 있는 거냐”고 비판하는 등 정부 방역 정책을 비판하며 2시간 가까이 구호를 외쳤다. /고운호 기자

“소상공인 다 죽는다 영업제한 철폐하라.” “소상공인도 국민이다 생존권을 보장하라.”

22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 자영업자 500여명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청주, 울산, 김해, 대구, 광주광역시, 여수,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자영업자들은 2시간 넘게 구호를 외치며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재강화 조치에 항의했다. 부산에선 전세버스를 빌려 수십 명의 자영업자가 상경했다. 가게 문을 잠시 닫거나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기고 모인 이들은 분노한 목소리로 “방역패스와 영업제한을 철폐하지 않으면 자영업자들이 모두 생업을 포기할 판”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방역 수칙에 따라 참석 인원을 299명으로 제한하고 집회 장소 주변에 펜스를 둘러쳤다. 하지만 미처 안으로 들어서지 못한 자영업자 200여명이 주변을 에워싸고 “정치 방역 중단하라” “손실보상 확대하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들은 “정부가 방역 조치를 뜯어고치고 생계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과 대규모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 “장사만 하게 해달라” 자영업자의 절규

부산에서 일본식 선술집을 운영하는 정소영(34)씨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행 전세버스에 올라탔다.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역 자영업자 약 90명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45인승 버스 2대를 빌렸다고 했다. 정씨는 “오후 9시 영업 제한으로 저녁 장사를 하는 가게들은 문을 닫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지난달만 해도 하루 매출이 80만~90만원은 됐는데 21일은 하루 동안 2팀을 받아 8만9000원 벌었다”고 했다. 정씨는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고 직원을 새로 뽑았지만,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해고했다고 한다. 그는 “장사만 하게 해달라는 자영업자들의 절규를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며 말했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손모(40)씨는 페인트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원래는 파티룸이나 회의실을 대여하는 사업을 했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재개되면서 예약이 줄줄이 취소됐다. 환불해준 액수만 800만원이 넘는다. 손씨는 “1년간 쌓인 빚만 1억원”이라며 “딸 유치원비를 마련하려면 알바라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상태(50)씨는 “방역 지침을 따른 대가로 매출은 반 토막 났는데 정부에서 준 손실보상금은 월세 440만원의 절반도 안 되는 140만원”이라며 “2년 동안 숱한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이번 겨울에는 또 몇 명이나 죽어나갈지 걱정”이라고 했다.

◇ “무책임한 정치권에 분노… 집단행동 계속할 것”

이날 집회에는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 등 일부 정치인도 연단에 올랐다. 하지만 집회 참석자들은 “정치인들은 내려가라”며 반발했고, 일부 자영업자는 정치인들을 향해 소리치며 달려가다 제지당하기도 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계속해 길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 강북구에서 호프집을 하는 김모(58)씨는 “이제는 카드 돌려 막기도 불가능하다. 가장으로서 면목이 없다”며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1월 2일 이후에도 지금의 방역 지침이 종료되지 않고 또다시 연장된다면 전국 동시다발로 계속해 총궐기를 진행해나가겠다”고 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 등 6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회원 150만명 규모의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대’는 전국 동맹 집단 휴업을 위한 소속 단체별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집단 휴업으로 의견이 모일 경우 오는 24일 구체적인 휴업 날짜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오는 27~28일 저녁엔 가게 불을 끄고 영업하는 ‘소등 시위’도 벌일 계획이다. 코자총은 이날부터 ‘정치인·공무원 출입 금지’ 스티커를 제작해 가게 입구마다 붙이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