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고위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비롯한 수사기관 4곳으로부터 통신 자료 조회를 당했다. 오 시장은 4일 “사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수처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부와 야당 의원들, 언론인 등에 이어 야당 소속 현직 지방자치단체장까지 통신 자료 조회를 한 것이다.
오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도 통신 자료 조회를 당했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작년 6월부터 11월까지 공수처뿐 아니라 서울(중앙)지검, 인천지검, 경기남부경찰청까지 모두 네 곳에서 저의 통신 자료를 들여다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공수처를 비롯한 문재인 정부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 자료 조회가 도를 넘고 있다”며 “공교롭게도 네 곳 모두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의 통신 자료를 조회한 곳으로, 서울지검을 제외하고는 저의 선거법 수사와도 관련이 없는 곳이었고, 시기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지난해 12월 29일 통신사에 통신 자료 조회 여부를 문의해 이날 통신사로부터 총 4차례에 걸쳐 수사기관이 통신 자료를 조회했다는 회신을 받았다. 오 시장 취임 두 달여 뒤인 지난해 6월 21일 경기남부경찰청, 9월 23일 서울중앙지검, 10월 1일 공수처, 11월 8일 인천지검이 각각 오 시장의 통신 자료를 조회했다. 통신 자료엔 이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가입·해지일 등이 담긴다.
오 시장은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TV 토론에서 ‘파이시티 사업’ 등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고발당해 수사를 받았으나 지난해 10월 6일 서울중앙지검은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했다. 그 밖의 기관에서는 수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오 시장은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의 제한된 범위의 죄명에 대해서만 수사권을 갖고 있고, 수사기관의 통신 자료 조회는 수사에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며 “그럼에도 실제 계류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수사기관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의 전화 내역을 포함한 개인정보를 들여다봤다면 이는 사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어떤 근거로 저에 대한 통신 자료 조회가 이루어졌는지 밝혀볼 생각”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김태균 서울시 대변인은 “해당 기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통신 기록 조회의 구체적 사유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오 시장에 대한 통신 자료 조회에 대해 “수사를 위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한 것으로, 개별 사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했고, 인천지검 관계자도 “아는 바 없다”고 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작년 강력범죄수사대가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정 의원의 통화 목록에 등장하는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대상으로 통신사에 가입자 조회를 한 것”이라며 “일괄 조회를 했기 때문에 오 시장인지 미리 알고 지목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