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때 북한으로 끌려가 강제 노역을 한 국군 포로 노사홍(93), 한재복(88)씨가 북한 정부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서 받아야 하는 손해배상금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으로부터 대신 받으려 소송을 냈지만 14일 패소했다.
2020년 7월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김영아 판사는 국군 포로 두 사람이 북한 정부와 김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북한 당국이 두 사람에게 각각 2100만원을 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우리 법원이 북한과 김 위원장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었다. 법원은 이 판결에 따라 경문협에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내렸다. 경문협은 조선중앙TV 등의 북한 저작물을 사용한 국내 방송사들로부터 북한을 대신해 저작권료를 걷어 2004년부터 북한에 송금해왔다. 하지만 2007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여파로 송금이 금지되면서 2008년부터 최근까지 20억원가량을 법원에 공탁해놨다. 법원은 노씨 등이 이 돈을 압류해 배상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경문협 측이 돈을 주지 않자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한 재판부 판단이 이날 나온 것이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단독 송승용 부장판사는 14일 “북한은 경문협으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는 ‘비(非)법인 사단’으로 보기 어렵고, 경문협이 공탁한 저작권료도 북한 정부가 아니라 북한에 있는 작가 등 저작권자의 것”이라는 취지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2020년 7월 북한을 국가가 아닌 ‘비법인 사단’으로 보고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와 다른 판단을 한 것이다. 송 판사는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소속이다.
사단법인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궤변의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은 “기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한 번의 예외 없이 북한을 비법인 사단으로 규정해왔다”며 “오늘 판결에 동의할 수 없어 항소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