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노선영(33)씨가 김보름(29·강원도청) 선수에게 폭언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가운데, 노씨 측은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 폭언 증거는 김보름이 본인이 작성한 훈련일지가 유일하다”며 항소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제기된 ‘왕따 주행 논란’의 당사자인 김보름(사진 왼쪽)과 노선영./조선DB

21일 노씨의 법률대리인 정민영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김보름은 이 사건 소송에서 ‘7년 넘게 노선영으로부터 폭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노선영과 김보름은 수년 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고, 두 사람 사이에 수차례 다툼이 있었던 건 사실이나 노선영이 김보름에게 일방적으로 폭언했다는 김보름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1심 재판부는 폭언과 관련한 김보름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는데, 이와 관련한 직접적인 증거는 소송을 제기한 지 7개월이 지나 김보름이 제출한 훈련일지(김보름 작성)가 유일했다”고 했다.

앞서 김보름은 선배였던 노씨가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폭언과 욕설 등으로 자신을 괴롭혔다며 2020년 11월, 2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7일 1심 재판부는 노씨가 2017년 11~12월 세차례 김보름에게 폭언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폭언 근거는 동료선수들의 사실확인서나 김보름의 훈련일지였다.

그러나 정 변호사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김보름 훈련일지 내용을 보더라도 당시 두 사람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 ‘노선영이 욕했다’ 정도의 내용만 있다”라고 했다. 또 “동료 선수들이 노선영이 김보름에게 ‘눈치껏 천천히 타면 되잖아. 미친X아’라며 욕한 걸 봤다는 시점도 법원이 폭언을 했다고 인정한 2017년 11~12월도 아니다. 2013년이다”라고 했다. 이어 “노선영의 입장에서는 김보름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훈련일지 기재 내용만으로 폭언 사실을 인정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정 변호사는 노씨가 2018 평창올림픽 팀 추월 경기 이후 ‘왕따 주행’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적 없다고 했다. 그는 “노선영은 2018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김보름, 박지우가 고의로 자신을 따돌리는 경기를 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적 없다. 언론 등 의혹 제지가 불거지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빙상연맹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을 뿐, 노선영이 이에 대한 감사를 요청한 사실도 없다”고 강조했다.

노씨가 평창올림픽 전후로 제기한 문제들은 김보름이 아닌 빙상연맹과 당시 백철기 국가대표 감독 등에 대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노선영이 문제제기한 내용은 ①빙상연맹이 일부 선수들을 태릉선수촌이 아닌 한체대에서 별도로 훈련을 시켜 팀 경기에 출전하는 입장에서 제대로 훈련을 하기 어렵다 ② 문제가 된 팀 추월 경기 다음날 백철기 감독이 ‘선수들끼리 많은 대화를 통해 사전에 완벽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사실이 아니고, 팀 추월 경기 순번조차 경기 당일 아침에 결정됐다는 것 등이었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문체부 감사에서는 노선영이 제기한 문제들이 모두 사실에 부합한다는 점이 확인됐고, 기자회견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밝혀 경기의 책임을 노선영에게 떠넘긴 백철기 감독은 이와 관련해 빙상연맹에서 징계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김보름은 사건이 있은지 33개월이 지나 노선영이 했던 모든 인터뷰를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며 노선영에게 거액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와 관련한 김보름의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김보름은 소송 과정에서 문체부 감사에서 이미 사실로 확인된 결과까지도 부정했고 허위의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했다가 징계까지 받았던 백철기 감독의 진술서까지 법원에 제출했다”며 “심지어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노선영의 언론 인터뷰까지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하는 등 무리한 주장을 지속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