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뉴스1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의 섣부른 거리두기 완화로 인해 최근 코로나 하루 확진자가 40만명을 넘어섰다고 주장하며 “슬픈 예감이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6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를 통해 “이맘때 (하루 확진자가) 20만명 정도면 감당하고 버틸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정부가 2~3주 전부터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조심하자는 얘기보다 ‘괜찮다, 괜찮다’ 얘기하는 상황이 되면서 ‘40만명 찍겠구나’ 예상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상황이 안 좋으니까 조심하자’고 얘기하면 좋은데 ‘지금 오미크론의 사망률, 치명률이 독감 수준 됐다’ 그러고, 총리가 ‘1급 감염병을 적어도 2급이나 4급으로 낮출 수 있다’고 했다”며 “팬데믹이 끝나지도 않고 정점을 찍지 않았는데 굳이 먼저 얘기할 필요가 없는 얘기들을 계속 얘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는 것 같다”며 “충분히 걸릴 만큼 걸려서 이번 유행을 마지막 유행으로 한 번 만들고 끝내겠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면 절대로 이런 방향으로 끌어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 지침 발표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다시 논의하고 있는 게 (인원제한) 8인, (영업제한) 12시로 거리두기 완화 얘기가 벌써 나온다”며 “정부에서 논의도 하기 전에 먼저 흘린다. 방향성을 정해 놓고 간을 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에서 또는 전문가들이 어떻게 얘기하나 (보고) 반발이 심하면 좀 움츠렸다가 반발이 별로 없으면 그렇게 발표하려고 이미 사전에 깔기 시작한다”며 “내가 지난번 6인, 10시 만들 때 (코로나 일상회복위원회 자문위원을) 관둔 이유도 그것”이라고 했다.

거리두기 완화의 문제점으로는 ‘불확실성 증가’를 꼽았다.

이 교수는 “지금의 방역 조건이 변하지 않는 걸 가정으로 해서 다음 주나 다다음 주를 예측하는데 또 완화를 시켜버리면 다음 주나 다다음 주 상황이 우리가 예측하고 있는 수학적 모델링을 빗나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전체 감염자 수가 확 늘어버리면 어느 정도 집단 내에서의 감염자 수가 확 늘어나버리니까 꺾이기는 할 것”이라면서도 “어느 국가나 꺾이고 난 다음에 ‘이 정도가 우리가 최대로 나올 사람이구나’ 확인했지 확인하기 전에 최대가 어떻게 될 거라고 예측하는 국가는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예컨대 미국은 하루 확진자가 100만명까지 폭증했다가 80만명으로 줄어들었을 때, 영국은 20만명까지 올라갔다가 1~2주 뒤 15만~16만명으로 떨어졌을 때 정점이 지났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점이 될 거니까 완화시켜도 된다고 얘기한 국가는 한 국가도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거리두기는 이미 포기한 걸로 본다”며 “의료체계 붕괴된다고 거리두기 강화하라면 현 정권은 끝날 거니까 안 할 거고 새 정권은 그 욕을 먹어가면서 거리두기 강화할 거라고 생각 안 한다. 하루에 500명씩 죽어도 그냥 한 몇 주 지나면 지나갈 거니까 그냥 그렇게 보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거리두기 조이는 건 얘기도 하고 싶지 않다”며 “다만 현 체제만 유지해 불확실성만 키우지 말고 메시지라도 지금 위기라고 정확하게 얘기를 해 줘야 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