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체장애인협회(지장협)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두고 “국민을 볼모로 한 각종 불법시위가 그 도를 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이날 지장협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서 장애인 행위와 관련해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며 더이상 침묵할 수 없다”며 이같이 전했다. 지장협은 47만명이 활동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장애인 단체다.
지장협은 “이동권 보장 요구에 인식을 같이 한다”면서도 “이를 주장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불편을 겪는 시민사회 앞에 죄송한 마음”이라며 ”전장연의 과격한 시위 방법의 변화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장연은 전체 장애인을 대표하는 단체가 결코 아니다”며 “전장연의 불법 및 강경투쟁이 전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고착화시킨다. 이는 장애인과 장애인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해 온 장애인단체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엄중한 행위”라고 했다.
또 “전장연 불법시위에 대해 야당 당대표가 비판의 입장을 취하자 여당 및 일부 장애인단체가 동조하며 사과를 요구한다. 혹은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는 것이 온당치 못하다 여기는 분위기로 몰아가는 여론이 있다”며 “여기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했다. “장애인복지와 인권을 위해서라면 이보다 더 강경한 행동도 불사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 사회적 동의와 국민의 지지를 무시한 장애인 운동은 결국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지장협은 정부, 국회 및 정치권에 적극적인 정책 변화와 구체적인 계획 수립 등을 요구했다. 협회는 “정부는 미온적 태도와 지지부진한 장애인 정책으로 일관했다”며 “정부가 코로나 방역에 투입했던 예상 집행처럼 무장애(Barrier free) 환경 구축을 위해 투자하고 과감한 정책을 펼쳤다면 지금 벌어지는 사회 갈등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정치권은 공론의 장을 조속히 마련하여 장애인들의 정당한 요구를 경청해달라”고 했다.
다만 “어느 특정 정당의 입장도 옹호하지 않는다”며 “정론을 바탕으로 장애인복지 증진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전장연은 이날 오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김도식 위원 등과 30여분 면담한 뒤 30일부터 지하철 시위를 멈추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수위에 여러 요구를 전달했고 답변 기한을 오는 4월 20일로 정했다. 이때까지 시위는 잠정 중단된다. 대신 30일부터 매일 오전 8시 서울지하철 경복궁역에서 한 명씩 삭발하는 ‘삭발 투쟁’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