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우크라이나 국제 의용군의 위치를 노출해 위험에 빠뜨린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KBS는 28일 우크라이나 국제 의용군으로 참전 중이라고 주장하는 한국 청년 2명과의 화상 인터뷰를 보도했다. 리포트 전 앵커멘트를 통해 “취재진은 청년들이 제공한 사진의 GPS 위치 값을 분석해 인터뷰 당시 이들이 우크라이나 르비우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화면에는 청년들의 소재지로 추정되는 지역을 지도 위에 표시했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KBS가 군사 보안에 해당하는 사항을 노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KBS가 우크라이나 국제 의용군의 현재 위치를 특정해준 것이라는 얘기다. 네티즌들은 “러시아군에 폭격 좌표를 찍어주는 것” “굳이 상세한 위치까지 보도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했다. 유튜브에는 “역추적으로 공격당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이제 저들이 정밀 폭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뜨면 GPS 좌표값을 제공한 KBS 탓”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논란이 커지자 KBS 측은 해당 리포트의 인터넷 기사에 ‘알립니다’를 넣어 “앵커멘트에 나온 참전자의 위치 표시는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린 그래픽으로 정확한 GPS 위치값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파장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KBS가 나타낸 좌표는 르비우의 한 호텔이었다. 방송 화면과 인터넷의 호텔 내부 사진을 대조한 결과 동일한 곳이라는 지적이 재차 제기됐다. 이에 KBS는 “인터뷰는 지난주 진행됐고 한국인 참전자들은 인터뷰 다음날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음을 알려드린다”는 설명을 추가했다. 네티즌들은 “(해당 호텔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폭격을 당해 죽든 말든 상관 없다는 것이냐. 무책임하다” “뭐가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위치를 공개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KBS 시청자권익센터에는 ‘우크라이나 참전 의용군의 위치를 노출시킨 기자의 해고와 공영방송 KBS의 책임있는 사과를 요구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행위가 갈수록 도를 넘는 상황에서 의용군들에 대한 무차별 폭격 위치를 손수 알려주는 전쟁범죄를 도우는 행위이자 이적행위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며 “이적행위에 대한 변명과 회피가 아닌 방송사 차원의 책임있는 사과와 대처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관련 사실을 제보하기도 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의용군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이 추적과 확인을 통해 해당 장소에 공습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군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정보를 바탕으로 폭격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도 있다. 지난 20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대형 쇼핑몰을 파괴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해당 건물을 우크라이나군이 무기보관 창고로 사용해왔고, 주차장은 미사일 발사대로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쇼핑몰이 공습을 당하기 전 우크라이나 군용 트럭들이 쇼핑몰을 드나드는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돌았다고 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의용군 훈련 시설을 폭격한 적도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 13일 르비우에서 북서쪽으로 40㎞ 떨어진 야보리우에 있는 우크라이나 군사 훈련 시설 국제평화안보센터(IPSC)를 공습했다. 폴란드 국경에서는 불과 25㎞ 떨어진 곳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해당 공습으로 35명이 사망하고 134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군은 해당 공습에 대해 “해당 시설에는 전투 지역 파견을 앞둔 외국 용병들의 훈련 및 편성 센터와 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무기·군사장비 보관 기지가 들어서 있었다”며 “공습 결과 180명의 용병과 대규모 외국 무기들이 제거됐다. 우크라이나 영토로 오는 외국 용병 제거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