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 “문재인 정부 대국민 반성. 문재인 정부 5년, 국민께 사과드립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펼쳐졌다. 대학생 단체 ‘신(新)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신전대협)’가 만우절을 맞아 내건 것이다.
이들은 현수막 옆으로 “유능하지도, 도덕적이지도 않았습니다” 등의 내용이 담긴 팻말과 ‘대국민반성' 홈페이지로 접속이 가능한 QR코드를 함께 들었다. 정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국정백서 사이트를 풍자해 만든 홈페이지다.
이날 신전대협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5년간의 실정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김태일 신전대협 의장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만우절을 기회로 속마음을 고백하는 문화도 있는데, 대통령께서 그동안 너무 부끄러워서 사과를 못하셨다면 이번 만우절을 핑계로라도 국민들에게 대대적인 반성을 해달라”고 했다. 문 정부가 숱한 비판들은 외면한 채 ‘K-방역’ ‘소득주도성장’ 등에 대한 자화자찬을 이어가자 “대학생들이 사과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 수 가르쳐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앞서 지난 2019년 문 대통령은 신전대협 회원 한명을 모욕죄로 고소한 바 있다. 당시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고소를 취하하며 “성찰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신전대협은 문 대통령의 모교인 경희대를 포함해 전국 100여개 대학에 ‘대통령 각하의 심기를 거슬러 죄송하다’는 내용의 풍자 반성문을 부착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전대협은 문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문을 낭독했다. 서한문에서 이들은 “1년 전 저희에게 친히 반성과 성찰의 계기를 베풀어 주셨으니, 저희도 기회를 드리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님의 사과문에는 수없이 반복된 말 바꾸기와 내로남불이 포함돼야 하고, 경제 폭망에 대해 사과하셔야 한다”며 “참모 탓·전임 정부 탓·야당 탓·국민 탓은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이범석 신전대협 인천지부장이 성명문을 읽었다. 이 지부장은 “지난 5년간 국민들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삶이 좌지우지되는 실험체에 불과했다”며 “어리석은 대통령의 잘못을 국민들이 감당해야 하느냐”고 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출했던 반성문을 다시 받아내러 왔으니, 인간 문재인으로서 국정혼란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고 사과하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기자회견이 마무리된 후 김 의장과 이 지부장은 청와대에 직접 서한문을 전달하기 위해 연풍문으로 향했다. 신전대협은 작년 10월 대장동 개발 의혹을 영화 ‘아수라’에 빗대 “안남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을 게시하는 등 각종 풍자 활동을 이어왔다. 이에 신전대협 일부 구성원이 작년 3~11월 인천지검 등에서 통신자료를 조회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