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확 올라간 배달팁 때문에 많이 불쾌하셨을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을 담아 손편지 남겨드립니다. 배달업장 업주 및 배달 대행 업체도 대기업의 횡포로 인해 많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배민1이 아니라 일반 배달 이용 부탁을 드립니다.”

경기도에 있는 일부 음식점이 배달 음식을 주문한 고객에게 보내는 포스터에 ‘배민1, 쿠팡이츠 주문 NO’라고 적혀 있다. /독자 제공

경기도 고양시의 한 양식집 사장 안모(34)씨는 지난 23일 이런 내용이 남긴 편지 형식의 스티커 3000장을 주문했다. 그 이후 손님들이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1′으로 주문할 경우 음식과 함께 이 스티커를 동봉하고 있다고 한다. 단건 배달은 한 번 배달할 때 1개의 주문만 처리하는 방식으로, 일반 배달보다 배달비는 조금 더 높지만 배달이 빨라 인기다. 하지만 배민이 지난 22일 이 서비스 수수료 체계를 개편한 후 자영업자들은 “전체 배달료가 종전보다 최소 1000원은 올랐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안씨 역시 배민의 수수료 개편 첫날 매출 계산을 해보니 “배달료와 중개수수료가 큰 폭으로 높아져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에게 직접 “배민1을 쓰지 말아달라”는 호소를 시작한 것이다. 대형 배달 플랫폼이 수시로 배달료를 올리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배달 플랫폼 거부 운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배달 플랫폼의 서비스에서 탈퇴하거나 음식점 사장이 직접 배달하는 식이다.

경기도에 있는 한 공유 주방에 있는 가게들도 배달 주문을 받아 음식을 포장하면서 ‘배민1, 쿠팡이츠 주문 NO’라고 적힌 A4 용지 크기 포스터를 봉투에 넣고 있다. 공유 주방이란 임대업자가 한 점포를 조리 시설을 갖춘 여러 개의 작은 주방으로 쪼갠 뒤 각 주방을 자영업자에게 임대하는 곳이다. 이곳에선 16개의 매장이 포장·배달 전문 식당을 운영한다. 원래도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가 갈수록 올라 고민이 컸는데, 지난 22일 배민이 배민1 수수료를 올린 뒤 식당 사장들끼리 모여서 회의를 했다고 한다. 이 중 두 곳을 운영하고 있는 서영태 대표는 “배민이 워낙 영향력이 크다 보니 서비스를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배달료가 올라 도저히 가게 운영이 안 되겠다 싶어서 소비자들에게 읍소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천시에서 어머니와 함께 한식집을 운영하는 김모(37)씨는 최근 배민1 서비스를 아예 해지하고 가장 저렴한 일반 서비스만 이용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한 건당 1000원만 받고 자기가 직접 배달을 한다고 한다. 김씨는 “가게에서 냉면 2그릇을 2만원에 팔아도 배달료와 중개이용료 등으로 8000원이 빠진다”며 “이럴 바엔 직접 배달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최근 배민1의 수수료 개편 이후 “매출에서 배달료를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통장 입금 내역 등을 인증하는 글들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배민1을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거나, “재주는 곰이 부리고, 수수료는 배민이 가져간다” “배민 앞에서 시위라도 해야 할 것 같다”는 내용 등이 최근 1주일 새 100여 건 게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