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유행 장기화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죽고 싶다’ ‘우울감’ 등의 검색량이 폭증했고, 심리 상담 요청 등도 크게 늘었다.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천병철 교수 연구팀은 주요 우울장애의 정의에 따른 16개 검색어를 선정한 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코로나 유행 전과 비교해 ‘의욕 저하’ ‘불면증’ ‘좌불안석’ ‘피로감’ 등의 검색량이 크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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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과 ‘집중력 저하’는 남성에서, ‘무기력함’은 여성에서 늘었다. 특히 ‘죽고 싶다’와 ‘죄책감’은 유행 초기에는 증가하지 않았다가 유행이 진행되고 길어지면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면증’ 등의 검색량은 유행 초기에 높다가 낮아진 반면 ‘죽고 싶다’는 유행이 길어지면서 지속해서 증가했다. 이는 단순한 우울감을 넘어 자살 등을 생각하는 중증 단계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천 교수는 “코로나 이후 우울증 관련 증상의 검색량 추이가 증가한 것을 통계적으로 증명해 그간 추측해온 코로나와 대중의 우울감의 상관관계를 간접적으로 증명했다”고 했다.

◇ 자살위기상담전화 50대 남성들 늘어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면서, 자살예방센터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특히 20대 여성, 50대 남성 상담수가 증가했다고 한다.

김현수 서울시자살예방센터장은 지난달 24일 YTN라디오에서 “20대 여성은 우울, 외로움, 실직. 이런 (상담이) 제일 많고 50대는 소상공인, 사업과 관련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전화를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통계적으로 4050대 남성 전화가 가장 많았다. 저희도 이 전화를 운영하면 여성분들이 전화에 친숙하니까 많이 사용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며 “우리 사회가 중장년 남성들이 과묵하고 말을 안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말을 하는 걸 어려워하시는 거 같다. 가족들이랑 이야기할 때는 맨정신으로 해야 되는데 약주하고 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들이 싫어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대화하는 게 어렵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중장년 남성이 과묵하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는 사회적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다른 나라도 이런 고착된 남성에 대한 선입견을 개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술 없이 만나서 이야기하는 모임, 공예 모임, 봉사 모임 등이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캐나다 등에서 자살 예방에 성공적인 사업이 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센터장은 “이제 ‘아빠만 빼고’ ‘아저씨들끼리 노세요’ 이렇게 밀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함께 통합하려는 노력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함께 개선해 이들을 가정과, 사회에 함께할 수 있도록 보듬어 안고 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