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씨가 숨진 남편 윤모(당시 39)씨 앞으로 자신의 친딸을 입양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전문가는 이씨의 친딸이 윤씨는 물론 유가족의 재산까지 상속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법적으로 파양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강효원 변호사는 14일 YTN 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를 통해 “대습상속 규정에 따라 이씨의 딸이 사망한 윤씨의 직계 비속으로서 윤씨의 순위에 가름해서 상속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2018년 2월 당시 10살이었던 자신의 딸을 윤씨 앞으로 입양 신청했고, 같은 해 6월 입양 허가 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 유가족 측은 윤씨가 이씨의 친딸을 입양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변호사는 “외관상으로 봤을 때는 (윤씨의) 입양 의사 표시가 있었다고 보인다”며 “윤씨는 입양 부모 교육에 직접 참석해서 확인서도 제출했고 또 면접 조사도 두 차례 있었는데 모두 참석해서 입양에 동의한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했다.
진행자는 “유가족 입장에서는 윤씨에 대한 고의적인 보험사기를 위한 살인 혐의를 받는 사람의 자녀가 본인의 손주로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한다면 상당히 충격적”이라며 “유가족이 이 부분을 종료시킬 방법은 없느냐”고 물었다.
강 변호사는 “이씨 딸과 윤씨 사이에 실질적인 입양 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친족 관계를 종료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입양 무효 ▲입양 취소 ▲파양에 대해 설명했다.
입양 무효는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없는 경우가 원인이 된다. 판례에서 당사자 간의 입양의 합의가 없는 때라고 함은 당사자 간에 실제로 양친자로서의 신분적 생활관계를 형성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강 변호사는 “윤씨가 입양을 한 후에 딸과 같이 살지 않았다. 한 번도 같이 산 적 없고 만난 적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사실만으로 신분적 생활관계를 형성할 의사가 없었다고 볼 수 있을지는 구체적인 검토와 증거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입양 취소 요건의 원인 중 윤씨가 해당하는 사례는 사기 강박으로 인해 입양에 의사 표시를 한 경우다. 강 변호사는 “경찰이 2년 전 계곡 살인 사건을 조사하면서 심리 전문가에게 윤씨의 행동에 대해서 분석을 의뢰했었는데 당시 분석 내용을 보면 윤씨가 생전에 가스라이팅 피해자와 유사한 정서 상태였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며 “입양 취소 원인 중에 강박에 의한 의사 표시가 아니었나 의심이 된다”고 했다.
끝으로 강 변호사는 재판상 파양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윤씨는 그 밖에 양친자 관계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씨의 딸은 이씨 어머니가 계속 키우고 계셨고 또 혼인신고 후에 이씨와 윤씨가 계속 별거 생활을 해왔다. 이씨의 딸을 키우는 이씨 어머니는 윤씨를 제대로 만난 적도 없다고 하니 윤씨가 아이를 실제로 만날 가능성은 더 적고 아이와 가족 공동체로서의 생활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은 더 없어 보인다”고 했다.
다만 “청구권자가 해당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입양 무효의 경우에는 양부모나 양자 법정대리인 또는 사촌 이내의 친족이라면 언제든지 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입양 취소나 재판상 파양은 취소 사유별로 청구권자가 개별적으로 규정된다는 게 강 변호사의 설명이다.
강 변호사는 “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의 경우에는 다른 규정과 달리 배우자나 직계 혈족 등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즉 의사 표시를 한 본인이 취소 청구를 해야 되는데 양부가 사망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청구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파양 청구권자의 경우에는 양자가 13세 미만일 경우에는 법정대리인과 같은 승낙을 한 사람이 양자를 갈음하여 파양을 청구할 수 있다”며 “다만 파양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경우에는 양자의 친족이나 이해관계인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서 파양을 청구할 수 있다고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 딸의 법정대리인으로서 입양 승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친부나 친모 이씨인데, 친부는 입양 당시 사망한 상태고 이씨가 딸의 입양승낙자가 된다. 입양승낙자가 존재하는 이상 양자의 친족이나 이해관계인은 파양을 청구할 수 없다.
강 변호사는 “사실상 양조부모가 사망한 윤씨를 대신해서 윤씨와 입양 딸 사이에 파양을 청구하기가 어렵다”며 “대부분 법에서 사실상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어려울 때 검사가 이해관계인의 청구를 받아 재판을 구할 수 있는 규정이 있는데 파양의 경우에는 ‘양자를 위해서 파양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만 있어서 입법의 공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