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경기 김포시 양촌산업단지의 주물(鑄物) 공장. 1500도에 이르는 쇳물을 틀에 부어 기차·자동차에 들어가는 금속 부품 등을 만드는 곳이다. 낮 12시 20분쯤 찾아간 공장에선 미얀마에서 온 카우찬(28)씨는 오후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쇳물을 담는 용기를, 우즈베키스탄 출신 푸락(42)씨는 금속으로 만든 거푸집을 각각 점검하느라 바빴다. 현재 이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40명 중 한국인은 4명뿐이다. 최근 일상 회복 조짐이 나타나며 금속 부품 주문이 늘었다. 올 초만 해도 하루에 약 15t의 금속을 녹여 쇳물을 만들었는데 이달 들어 30t까지 물량이 늘었다. 하지만 근로자가 없다. 한국인은 코로나 이전에도 구하기 어려웠고, 지금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중 떠나겠다는 사람도 있어, 2019년 290만원이었던 월급을 350만원까지 올려서 겨우 붙잡고 있다. 회사 전무 황모(55)씨는 “최근 늘어난 물량을 감당하려면 8명의 근로자가 더 필요한데, 월급을 계속 올려도 사람 구하는 게 너무 힘들다”면서 “생산 시설을 해외로 옮길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일상 회복이 본격화하면서 중소기업이나 농가, 식당 등에서는 손님이 늘고 각종 주문도 많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코로나 2년간 귀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돌아올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손이 달린다고 호소하는 곳이 빠르게 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농업이나 제조업 등 1·2차 산업 등에서 일할 수 있는 비전문 취업(E-9) 비자를 받은 캄보디아·네팔 등 국적의 외국인 수는 올해 2월 기준 21만9000명으로, 코로나 전인 2019년 말 27만7000명에서 5만8000명이 줄었다. 한국에 일하러 온 중국이나 구소련 동포도 같은 기간 22만6000여 명에서 약 12만명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하다며 외국인 근로자를 좀 구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중소기업 사장들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19일 오후 경기 양주시 한 오이 농장에서는 이달 초 400만원어치 오이 1만4000개를 그냥 버렸다. 멀쩡한 오이였지만 수확할 사람이 없었다. 이 농장은 80m 길이 비닐하우스가 23개 있지만 농장 주인 김모(55)씨 부부와 캄보디아 국적의 피어(50)씨 부부 등 4명만 일한다. 김씨는 “작년 12월 같이 일하던 베트남 사람 2명이 귀국한 후 고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못 구하고 있다”고 했다. 간혹 일할 의사가 있는 외국인을 만나도 ‘비닐하우스 안이 덥다’ ‘휴일이 너무 적다’며 퇴짜를 놨다고 한다. 중국 동포 등이 많이 일했던 식당도 비슷하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족발을 파는 원모(59)씨는 코로나가 끝나가는 걸 기대하며 2개월 전부터 사람을 뽑기 시작했지만 여태 아무 소식이 없다고 했다. 그는 “근처 사장들 대부분이 직원을 구하지 못해 직접 일한다. 나도 갓난아기를 키우는 딸을 불러서 일을 시킨다”고 했다.

일할 외국인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처럼 되어가다 보니 몸값도 올라가고 있다. 양주 오이 농장주 김씨도 “지금 일하는 캄보디아 부부를 붙잡아두려 매년 10월에 주던 보너스를 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올려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의 한 인력 사무소 이모(41) 대표도 “요즘 상황을 아니 월세 40만원 수준의 풀옵션 원룸을 요구하는 외국인도 생겼다”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 구인난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를 비롯해 각국에서 아직 하루 최대 수만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는 데다 항공편도 부족한 상황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산업 수요 회복세에 맞춰 적절하게 인력을 투입하지 않으면 경기 침체가 길어질 수 있다”고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인력난과 관련해 “2019년 매월 4000명 안팎의 E-9 비자 근로자가 입국했었는데, 올해는 더 늘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