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최대 화제는 극명하게 엇갈린 20대 남녀의 표심이었다. 방송 3사의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18~29세) 남성의 58.7%는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했지만, 20대 여성의 58.0%는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윤석열 후보를 찍은 20대 여성은 33.8%, 이재명 후보를 찍은 20대 남성은 36.3%에 그쳤다.
20대 남성들이 여성가족부 폐지,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을 내건 윤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준 건 이해되지만, 20대 여성들이 김부선 스캔들과 형수 욕설, 모녀 살해 사건 변호 논란에 휩싸였던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던진 건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본지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 20대 여성 40명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전체 62.5%에 해당하는 25명이 “이재명이 좋아서가 아니라 윤석열의 당선을 막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차악(次惡)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취준생 유모(27)씨는 “이 후보에게 여러 추문과 논란이 있었지만, 여가부 폐지 등 여성의 목소리를 아예 지우려는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이모(26)씨는 “과거 스캔들보다 여성을 위한 앞으로의 정책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며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 후보의 발언에 등 돌린 친구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제3의 후보를 찍으려다 선거 직전 이재명 후보로 바꿨다’는 응답도 60.05%(24명)나 됐다. 직장인 최모(28)씨는 “원래 심상정 후보를 찍으려고 했는데,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보고 위기감을 느껴 이재명으로 틀었다”고 했다. 대학원생 박모(26)씨는 “민주당이 ‘N번방 사건’을 추적한 박지현 위원장을 영입하는 걸 보고 소신 투표를 결심한 여성들이 많다”고 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공포가 큰 20대 여성들을 막판 결집하게 한 요인 중 하나가 ‘박지현’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한편, 윤석열 후보가 예능 프로에 나와 계란말이 등을 요리하는 모습은 20대 여성들에겐 감동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준비생 조모(29)씨는 “우리 아빠도 요리하고 청소한다”며 “대통령을 정책과 토론 능력으로 뽑지, 요리 솜씨로 뽑냐”고 반문했다. 응답자 40명 중 ‘윤 후보 요리 솜씨에 감동했다’고 답한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2022 젠더 의식’ 어떻게 조사했나]
’2022 대한민국 젠더 의식 조사’는 조선일보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총 280문항을 설계했고, 여론조사 업체 케이스탯리서치의 패널 65만명을 대상으로 4월 15일부터 20일까지 웹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 4만9899명에게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을 통해 조사 참여를 요청했고, 2242명이 참여했다. 끝까지 응답한 사람은 1786명이었다.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 외에 16~ 17세 남녀도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결과값은 각 응답에 성·연령·지역별 인구 비례를 고려한 가중치를 적용해 합산한 값이다.
〈특별취재팀〉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김연주 사회정책부 차장, 변희원 산업부 차장, 김경필 정치부 기자, 유종헌 사회부 기자, 유재인 사회부 기자, 윤상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