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고용평등법이 처음 제정된 지 35년이 지났지만, 20대 남녀는 여전히 취업 전선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일부 기업에는 남성 지원자를 선호하는 관행이 남아있는가 하면, 공공 부문의 여성 할당제·가점제에 대한 실효성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좋은 일자리는 줄고 취업 경쟁이 심해지면서 20대 남녀 모두 채용에서 성별에 따른 불공정이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게티이미지 코리아

우리 국민 10명 중 5명은 취업에서 남자가 유리하다고 인식하면서도, 취업 시 여성 할당제에는 10명 중 4명(41.3%)이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찬성은 21.9%였다. 여성 할당제에 대해서는 여성들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대한 비율(30.6%)이 찬성한 비율(28.1%)보다 높았다.

조선일보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진행한 ‘2022 대한민국 젠더의식 조사’에서 ‘현재 한국 사회에서 남녀에게 취업 기회가 공정하게 부여된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의 55.4%가 ‘남성에게 유리하다’고 답했다. 여성의 동의율은 더욱 높아 전체 여성의 70.3%가 ‘취업은 남성에게 유리하다’고 응답했다. 50대와 60대 이상 남성의 절반 이상도 ‘남성이 취업에서 유리하다’고 답했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채용 과정에서 남성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일보와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721개 기업의 인사·채용 담당자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채용 시 선호하는 성별이 있다’(55.1%)고 응답했으며, 그중 73.6%가 남성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점수는 낮았지만 성별 때문에 최종 합격을 시켰다는 기업도 12.7%나 됐다.

그러나 취업전선에 나선 20대 남성 응답자의 52.8%는 ‘취업 기회가 남녀 모두에게 공정하다’, 30.4%는 ‘여성이 취업에 유리하다’고 답했다. 과거 여성의 낮은 사회 참여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도입됐던 여성 우대 정책들 때문이다. 특히 한정된 일자리의 일부를 여성의 몫으로 떼어 놓는 ‘여성 할당제’에 대한 불만이 컸다. 조선일보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취업 시 여성 할당제를 적용하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물음에 전 세대 남성 응답자의 52.2%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20대 남성들의 반대가 57.4%에 달했다.

여성 할당제에 여성들의 찬성 비율이 높지 않은 것도 주목을 끌었다. 여성 응답자의 28.1%만 취업시 여성할당제에 찬성한 가운데, 20대 여성 33.1%, 30대 여성 35.7%만이 찬성했다. 기계적 할당제의 실효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김석호 소장은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어 취업 경쟁이 심해진 데다 여전히 존재하는 기업의 성차별 채용 관행과 이를 조정하려는 정부의 시책 때문에 남녀 모두 채용에서 성별에 따른 불공정이 있다고 여기고 있다”면서 “과거보다 채용 시장에 여성들이 더 많이 진입하면서 언뜻 남녀 대결 구도로 보이지만, 실제 채용 시장에선 성별에 상관없이 경쟁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특별취재팀〉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김연주 사회정책부 차장, 변희원 산업부 차장, 김경필 정치부 기자, 유종헌 사회부 기자, 유재인 사회부 기자, 윤상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