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자 성추행과 2차 가해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예람 공군 중사 등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이 잇따라 폭로된 이후 국방부는 민관군 합동위원회를 꾸려 예방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여군들은 성희롱·성추행이 일상화된 남성 중심적 군대 문화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0월 전국의 각 군 부사관 및 장교 27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군대 내 성 관련 피해는 여군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성희롱 피해 경험은 여성 32.1%, 남성 8%로 4배 차이를 보였고, 괴롭힘 경험은 여성 42.9%, 남성 22.3%로 여성이 약 2배 많았다. ‘군대 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여성의 비율은 2.2%, 남성은 0.3%로 7배 이상 높았다.

육군 장교 출신 A(26)씨는 “처음 부대에 갔을 때도 ‘우리 부대 여군 장교가 성희롱을 당한 적도 있다. 너도 당할 수 있으니 자신 없다면 다른 부대로 보내주겠다’는 상관의 말을 듣고 성윤리위원회에 신고했는데 아무런 처분도 내려지지 않았다”며 “여성 징병제를 논하기 전에 군대 내 성인지감수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성차별적 발언도 난무한다. 작년 6월 육군 중위로 제대한 이모(26)씨는 “부대에 전입 온 첫날 내가 여대 출신이란 걸 알고 ‘너도 페미니스트냐?’고 물었던 간부가 있었다”며, “병사들마저 장교인 내 앞에서 스스럼없이 ‘페미XX들 싫어, 다 죽었으면 좋겠어’ 같은 말을 하고, 한 남자 동기는 행군 중에 ‘예쁜 여자 연예인들은 총으로 쏴서 죽인 다음 박제해놓고 싶다’ 같은 말을 서슴없이 하더라”고 했다.

현역 여성 장교 B씨는 “우리 부대는 여군이 20%나 되는 데도 기본 인권도 보장받지 못한다”고 했다. “코로나 확진 장병들을 격리할 시설이 없다며 며칠동안 여군 휴게실과 화장실을 그들의 격리 장소로 사용했다”면서 “소변이 마려울까 봐 물도 잘 못 마셨다”고 했다. 전역 여군 김모(26)씨는 “여성징병제는 찬성하지만, 성범죄에서 안전한 시스템부터 구축돼야 한다”면서 “장교도 성범죄를 당하는데 여성이 병사로 입대하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성 부조리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특별취재팀〉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김연주 사회정책부 차장, 변희원 산업부 차장, 김경필 정치부 기자, 유종헌 사회부 기자, 유재인 사회부 기자, 윤상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