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남성들의 ‘역차별’ 불만과 ‘여성 혐오’ 현상에는 호주제 폐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성에게 1차 생계부양자 역할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도 한몫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정과 학교에서는 남녀가 평등하다고 줄곧 배웠는데, 결혼 후 가정 생계는 1차적으로 남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가부장적 인식이 우리 사회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조사에서 ‘결혼하면 가족 생계는 주로 남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데 20대 남성의 4명 중 1명(24.8%)이 동의했다. 60대 이상 남성(33.4%)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2020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서도 ‘남성은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압력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청년(19~34세) 남성은 68.8%로, 기성세대(35~59세·64.9%) 남성보다 많았다.
최근 ‘한국 가족: 신가족주의에서 포스트 가부장제로’를 펴낸 이재경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우리 사회가 굉장히 많이 변했는데, 가족주의와 (남성) 생계부양주의는 아직 변하지 않았다”면서 “직업을 가진 젊은 여성들도 다른 부분에선 평등을 주장하면서, 1차 생계 부양자는 여전히 남편이라고 여기니 청년 남성들이 분노하는 것”이라고 했다.
청년 남성들은 남녀 간 달라진 역할 분담에 혼란을 겪기도 한다. 기성세대는 남성은 직장에 나가 가족 생계를 책임지고, 여성은 집에서 가사와 육아를 맡는 성별 역할 분담이 확실한 시대에 살았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고 맞벌이(2020년 기준 45.4%)가 보편화되자 남성들도 집안일을 요구받는다. 맞벌이뿐 아니라 남자만 일하는 외벌이 가정에서도 “남자도 집안일을 같이해야 좋은 남편”이라는 사회적 압력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 여성 전문가는 “청년 남성 입장에선 자기 아버지는 바깥일만 하면 됐는데, 자기들은 늦게까지 야근하고 집에 와도 애를 보고 가사도 거들라고 하니 억울하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했다.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남초 인터넷 커뮤니티의 여성 혐오 현상도 연애, 결혼, 가족 관계에서 바뀐 성별 분업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남성들이 그 불만을 여성에 대한 비난과 혐오로 표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김연주 사회정책부 차장, 변희원 산업부 차장, 김경필 정치부 기자, 유종헌 사회부 기자, 유재인 사회부 기자, 윤상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