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이 서울대 석좌교수로 내정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감염병과 바이러스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힌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기도 하다. 서울대는 그를 석좌교수로 임용한 것을 계기로 학교 내에서도 바이러스나 백신 연구에 대한 관심을 높일 계획이다.
서울대는 지난 12일 교원인사위원회를 열고 김 사무총장을 서울대 초빙석좌교수로 내정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검증 등 사실상 임용 절차가 끝났고 총장이 사인만 하면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대 석좌교수는 국내외에서 탁월한 학문적 업적을 이룬 석학이나 국제적 명성이 있는 사람에게 부여하는 직위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을 비롯해 현재 10여 명이 있다.
김 사무총장은 백신 개발 전문가이자 바이러스와 감염병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힌다.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난 한인 3세로, 한국명은 김한식이다. 예일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국립군의관의대 교수 등을 거쳐 2015년부터 IVI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 한 교수는 “김 사무총장은 감염병 분야에서는 ‘미국 백악관 방역사령탑’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에 비견되는 사람이고, 차기 WHO 사무총장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도 거론된다”고 했다.
그는 또 일제강점기 미국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했던 고(故) 김현구 선생의 손자다. 고 김 선생은 ‘신한민보’의 주필로 미주 지역 한인들의 민족정신을 고취하고 독립운동을 위한 외교 활동을 펼치는 한편, 윤봉길·이봉창 의사의 의거를 지원해 1995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된 인물이다.
서울대는 김 사무총장을 석좌교수로 임용한 것을 계기로 서울대의 감염병 관련 연구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세계적 석학인 만큼 연구 전반에 걸쳐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김 사무총장이 몸담은 UN(국제연합) 산하 IVI와의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IVI는 1997년 서울 관악구에 ‘개발도상국 전염병 퇴치’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백신 연구 개발을 촉진하고 개발도상국에 백신을 보급하는 업무 등을 주로 해왔다. 서울대도 지난 3월 바이러스 연구소도 설립하는 등 코로나 사태 전후로 이 분야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또 오는 2학기부터는 김 사무총장이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의도 개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