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 부족과 그에 따른 간병비 급등, 수준 낮은 간병 서비스 등은 근본적으로 간병이 제도적으로 자리 잡지 못한 탓이란 지적이 많다. 현재 ‘간병인’이라는 직종이 법률에 따로 규정돼 있지 않고, 간병 업무 방식도 법적 기준이 없다. 간병인이 되는 자격 조건도 없다. 대부분 간병인이 소개 업체를 통해 환자 쪽과 사적(私的)으로 계약하고 일한다. 한 간병 업계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서 인력 사무소를 통해 일당을 받고 일하는 것과 비슷한 구조”라고 했다.

간병인들도 “근로 조건이 열악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일종의 ‘개인 사업자’처럼 일하다 보니 대부분 정해진 근무시간도 없고 4대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퇴직금도 없다. 전국 10만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간병인의 목소리를 대변할 직능 단체도 사실상 없다. 그렇다 보니 환자 보호자 등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례도 나온다는 것이다. 경기 고양시에서 일하는 간병인 오모(76)씨는 “낮고 좁은 병원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밤낮으로 가래와 대소변을 가려줘야 한다”며 “환자나 병원 측에서 무리한 요구를 해도 호소할 곳이 없어 힘들다”고 했다. 러시아에서 온 고려인 간병인 아나스타샤(68)씨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맡았을 때 온종일 욕설을 듣고 시달리기도 했다”며 “나를 지켜주는 제도라곤 환자 낙상 사고가 나면 그 비용을 덜어주는 사설 보험 정도가 전부”라고 했다.

비슷한 직종으로 국가에서 자격시험을 치르는 ‘요양보호사’가 있지만, 요양보호사는 대부분 요양원 등 요양 시설에서 일한다. 법적으로도 요양 시설은 규모에 따라 일정 수 이상 요양보호사를 반드시 고용해야 하고, 그들의 급여는 국가가 80~100%를 지원한다. 반면 간병이 필요한 환자가 많은 대학병원, 요양 병원 등 ‘의료 시설’은 요양보호사를 고용할 의무가 없고, 고용해도 국가가 급여를 책임지지 않는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자격을 가진 약 170만명 중 요양 시설 등에 취직한 사람은 40만명에 불과하다. 간병인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간병인으로 일할 수 있게 근무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