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민주광장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모여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날 고려대학교에서는 22개 국가의 학생들로 구성된 '2022 외국인학생 축제'가 열렸다. / 장련성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고 출·입국 관련 방역 수칙이 완화되자, 국내 대학들이 다시 외국인 유학생 유치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일부 대학이 내국인 등록금은 그대로 두면서, 외국인 학생에 대한 등록금만 인상하는 등 유학생을 차별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입학 전에는 각종 혜택을 줄 것처럼 홍보했지만 막상 와보니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반응도 있다. 일부 유학생들은 “한국으로 괜히 유학 왔다,” “다른 외국인들은 오지 말라고 하고 싶다”는 반응도 보인다.

본지가 외국인 유학생들이 선호하는 서울 시내 주요 대학 10개를 조사한 결과, 이 중 8개 대학이 최근 3년 사이 등록금을 올렸거나 올릴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성균관대와 중앙대는 2022학년도부터 학부와 대학원의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현행보다 5% 올렸고, 서울시립대는 학부 신입생은 100%, 대학원생의 경우 20%를 올렸다. 경희대는 2022학년도 2학기부터 외국인 학부생 유학생 등록금을 5% 인상할 계획이다. 서울대, 연세대 등은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올리지 않았다.

반면 내국인 학부생 등록금의 경우, 교육부 대학정보공시 분석대상 대학의 약 97%가 동결 또는 인하했다. 대학이 평균등록금을 유지하거나 내리지 않으면 교육부의 ‘국가장학금2유형 사업’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학생 등록금은 2016년부터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고, 평균등록금 산정에도 포함되지 않아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인상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 유학생은 국내 대학의 ‘금 동아줄’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매년 내국인 입학생 수가 줄어드는 반면, 유학생들은 ‘정원 외’로 입학해 대학에서 제한 없이 모집할 수 있어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1년 8만여 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유학생 수는 10년 만에 15만여 명으로 늘었다. 올해 코로나가 끝날 기미에 대학들은 각종 SNS를 통해 홍보에 나서고, 하반기엔 유학 박람회를 통해 해외 현지를 방문할 예정이다.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우리만 인상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라는 반응을 보인다. 경희대 컨벤션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윤명기(24)씨는 “인상 자체는 어쩔 수 없어도 외국인 유학생만 등록금을 올리는 건 부당하다”고 했다. 성균관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는 말레이시아인 유학생 호위톈(23)씨도 “유학생들은 코로나로 입국이 어려워 내국인 학생보다 대학 시설을 이용하지 못했는데, 이런 결정은 불공평하다”고 했다.

그러나 유학생 신분으로 등록금 동결 등의 요구를 주장하는 일은 쉽지 않다. 유학생들을 대변할 학내 자치기구가 없거나, 있어도 영향력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작년 4월 기준 국내 유학생 수가 많은 상위 20개 대학 중 공식적인 유학생 자치기구가 있는 곳은 총 5곳이었다. 나머지 11곳은 중국 등 특정 국적의 유학생 모임이 있지만 교내 공식 단체가 아니고, 4곳은 아예 유학생 단체가 없다.

영어 수업이 적고 지원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유학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외국인들도 많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사나 아흐메드(33)씨는 경북대 응용화학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해당 전공엔 영어 강의가 하나도 없다. 사나씨는 “한국어 시험을 영어 시험으로 대체해도 됐기 때문에 한국어 수업만 들어야 하는 줄은 몰랐다”며 “독학을 할 수밖에 없어 학업에 지장이 크다”고 했다. 2017년부터 가천대에서 바이오메디컬엔지니어링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고 있는 와자하트 압바시(29)씨도 “일부 대학들이 영어시험만 가지고 유학생들을 뽑는다면 그들에 대한 지원이 영어로도 안내해야 한다”며 대학에 영어 등 외국어를 할 줄 아는 교직원들이 늘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정규 변호사는 “몇 년 전 한 대학 학부에서 입학 전 설명했던 커리큘럼과 실제 커리큘럼이 달라 외국인 유학생이 소송을 걸기도 했다”며 “대학에서 입학 전에 등록금, 수업 등 유학생활에 대해 충분히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