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전국 교육감 선거에서 개표 막판까지 경합을 벌인 지역 교육감 당선자들이 2일 새벽 축하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부산교육감 당선자 하윤수 전 한국교총 회장 , 인천 도성훈 현 교육감, 경남 박종훈 현 교육감. /뉴시스·연합뉴스

1일 치러진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와 진보 성향 후보가 각각 8명, 9명 당선됐다. 기존 3명에 불과했던 보수 교육감이 2배 이상으로 늘면서 지역별 교육 정책에 큰 변화가 올 전망이다. 보수·진보 진영으로 양분된 교육감들이 치열하게 ‘성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 교육감들의 약진은 지난 8년간 교육 현장을 휩쓴 진보 교육감들이 학력을 떨어뜨리고 전교조 해직 교사를 특별 채용하는 등 이념 편향된 행보를 보인 데 실망한 학부모들이 돌아선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앞으로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유권자들이 외면할 수 있다는 걸 양 진영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감들이 진영으로 나뉘어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음 달 21일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첫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위원회에 들어가기 위해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 자리를 놓고 두 진영이 취임(다음 달 1일) 직후 힘겨루기를 할 수 있다. 총 21명으로 구성되는 국가교육위원회에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은 당연직으로 참여한다. 이 위원회에서 교육과정, 대입 제도 등 장기적 교육 제도가 만들어지는 만큼, 보수·진보 교육감들이 자기 진영의 교육 철학·정책을 반영하기 위해 서로 참여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은 진보 교육감들이 13명 당선된 2014년 이후 줄곧 진보 교육감들이 맡아왔다.

전국 교육감 당선인

진보 교육감은 세가 약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사안에 따라 현 정부와 상당한 긴장 관계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진보 교육감들은 전임 문재인 정권 시절 학업 성취도 평가 폐지, 혁신학교 확대, 민주 시민 교육 등 여러 교육 정책을 정부와 함께 추진해 왔다. 하지만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예컨대 3선에 성공한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기존에 추진하던 ‘자사고·외국어고 폐지’를 계속 밀어붙인다는 입장이다. 이는 “다양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과 배치된다. 조 교육감은 2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윤 정부의 ‘자사고 존치’ 입장과 관련, “반대한다. 자사고 폐지에 대한 다수 일반고 학부모들의 소망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진지하게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사실상 선전포고인 셈이다.

학생 평가 문제를 놓고도 정부와 대립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평가와 줄 세우기 차원이 아닌 학업 성취도와 격차 파악을 위해 주기적 전수 학력 검증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진보 교육감들은 전수 학력 평가를 ‘일제고사’라고 부르며 반대했고, 문재인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2017년 전수 조사를 일부 학생만 치르는 표집 조사로 바꿨다. 현 정부가 전수 조사를 되살릴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평가를 확대할 경우 진보 교육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교육감 성향에 따라 지역별로 교육 정책이 다르게 운영돼 학생·학부모의 혼란을 불러올 우려도 있다. 진보 교육감과 달리 경기 임태희, 강원 신경호, 부산 하윤수 등 보수 성향 당선자들은 자사고·외고를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교총 김동석 교권본부장은 “보수와 진보 교육감들, 그리고 진보 교육감과 정부 간 힘겨루기 사이에서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