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투 운동을 촉발했던 서지현 전 검사가 미국 대사관에서 보내온 편지를 공개하며 “괜히 울컥해진다”고 했다.
서 전 검사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12일 받은 주한미국대사관 헨리 해거드 참사관의 편지를 소개하며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정권을 막론하고 미친X 취급을 받고, 검찰의 음해를 믿고 ‘지 정치하려고 그런 거라는데 우리가 왜 도와주느냐’는 소리만 들었을 뿐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수고 많았다’ 감사하다’는 문구를 보니 괜히 울컥해진다”고 했다.
해거드 참사관은 “검사님께서 미투 운동과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 및 디지털성범죄대응 TF를 이끄시며 여성과 청소년의 인권보호와 권익 향상을 위해 헌신하신 점을 상기해본다”며 “그동안 수고 많으셨다.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서 전 검사는 또 “부모님 산소에 다녀왔다”며 “정말 죽을 힘을 다했는데, 왜 이렇게 세상은 안 바뀌는 거냐고 엄마 앞에서 한참을 울었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 한풀이나 원한으로 한 일이 아니었다”며 “후배들은 이런 일을 겪지 않기를 바랐고, 검찰이 개혁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무엇이 변한 걸까”라고 되물었다.
서 검사는 성추행을 덮기 위해 인사원칙에 반해 이례적 보복인사를 했음을 인정했지만 인사는 재량이므로 직권남용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형사판결과 같은 취지로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은 민사판결을 언급했다. 또 ‘피해자 코스프레 한다’며 허위 글을 게시하고 ‘서지현이 진상조사 요청을 하지 않고 인사요구만 했다’는 허위 기자회견을 한 자들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이 잇단 무혐의 결정이 났다고 했다.
서 전 검사는 “사실 제가 겪은 일은 그다지 특이하거나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 직장 내 성폭력, 그 이후의 괴롭힘과 음해, 2차 가해, 너무나 흔하고 전형적인 일들이었다”고 했다. 이어 “성폭력은 범죄라고, 성폭력을 덮기 위한 보복인사는 범죄이고 불법 행위라고, 피해자를 괴롭히기 위한 헛소리들은 명예훼손이라고 법정에서 선언 받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2022년의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의 당연한 선언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여전히 피해자를 외면하고 비난하고 가해자를 감싸고 비호하고 있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서 전 검사는 2018년 1월 검찰 내부통신망 게시판에 ‘나는 소망합니다’라며 검찰 내부 성추문을 공론화한 데 이어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검찰 최고위직 인사로부터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TF에 파견돼 활동하던 서 전 검사는 지난달 16일 원대 복귀를 통보받자 이에 반발해 검사직 사의를 표명했다. 법무부는 지난 2일 명예퇴직 형식으로 사표를 수리했다.